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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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릴 때가 있다.

내용이 감동적이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내 이야기같기도 해서 어린시절 기억이 떠올라서

이기도 하다. 왜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많은 아버지들이 그렇게 강압적이거나 폭력적이었을까.

이제 내가 이만큼 나이가 들어도 치유되지 못하는 기억들은 멀리 없애버리고 싶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오랫동안 식이장애, 폭력, 강간이나 학대같은 상처로

고통받는 환자를 진료해왔다. 이런 전문가는 영화도 그냥 봐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영화속 많은 인물들을 보면서 트라우마를 발견하고 그 속에 자신이 들어가 몰입하곤

한단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디든 자신의 일과 관련된 곳을 가거나 상황을 만나면

누구든 그렇게 그속에 자신이 들어가곤 하지 않겠는가.

 

 


 

정신과를 드나든다면 사람들은 일단 의심스런 눈치를 보낸다.

요즘은 트라우마니, 공황장애니, 분리불안이니 하는 단어들이 낯설지 않아지면서 정신과에

대한 선입견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나 역시 내 문제를 누군가에게 드러낸다는 것이 참

어렵다.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이런 용기를 내기 더욱 어려울 것이다.

영화속에서 만나는 트라우마의 모습은 어떨까.

 

 


 

마틴 녹슨이란 감독도 '투 더 본'이라는 영화도 알지 못하지만 저자가 전하는 영화의 장면을

그려보면 주인공 스무 살의 여성 엘런이 겪는 고통을 이해하게 된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마른 엘런은 거식증 환자이다. 이성에게조차 관심이 없다.

왜 자신이 거식증으로 고통받는지 원인도 알지 못한다.

헤어진 친엄마를 찾아가 엄마가 먹여주는 우유를 먹으며 그제서야 자신이 왜 고통스러웠는지를

알게된다. 설명은 없다. 그저 주인공과 그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이해한다.

나도 저자처럼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흐렸을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해리장면들.

심각한 정신적 충격으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치열한 전투에서 끔직한 장면들을 봐야했던 군인들도 그랬고 어떤 사고를 당하거나 장면을

봤던 사람들도 해리장애를 겪는다. 인간의 뇌는 이런 고통을 잊으려는 시도를 하기 때문이다.

정말 어떤 기억들은 아주 잊었으면 좋겠다.

 

 


 

어떤 영화들은 그냥 영화이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들의 폭력, 그리고 요즘에 너무 자주 등장하는 아이학대사건 같은

것들은 그냥 영화속에서만 일어났으면 싶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아무도 모른다'는 1988년 일본 도쿄에서 일어난 아이방임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한다.

네 명의 아이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 돌봄을 받지 못하고 죽어간 아이들.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이런 부모가 실제한다는 사실에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는지 인정하고 싶지 않아진다.

 

 

인간은 위대하다. 하지만 또한 연약한 존재이다.

누구에게나 트라우마는 존재한다. 아주 사소해 보이는 것도 누구에겐가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 트라우마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전문의의 조언들이 따뜻하게 와 닿는다.

보지 않았던 영화들도 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이 저자는 주인공들을 환자로 보지 않고 영화자체로만 몰입하는 날이 오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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