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계숙의 일단 하는 인생 - 요리도 인생도 하다 보니 되더라
신계숙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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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은 칠순잔치를, 로드에서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한바탕 질주를 즐긴 후

후암동 '계향각'에서 절친들을 불러다가 손수 요리를 해서 먹일 것 같다.

그저 몇 년 아래의 후배정도인 사람이 이렇게 멋지게 살 수 있었다니 나는 뭘하고

살았던거지? 물론 그녀의 인생의 좌표에는 아버지의 결단이 있었다.

그럼에도 부럽다. 만석꾼보다 살짝 아래 정도의 부자 부모를 둬서. 충청도 시골에서

자라 적당히 공부시켜 좋은 남자 만나 시집보내겠다는 부모가 아니어서.

 

 


 

저자나 나나 어린시절 타지역에 옮겨 살아야 하는 일은 주로 가난때문이었다.

막 산업화가 시작되는 초기 서울은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일한 공원들이 속속

서울에 입성하던 시절이었다. 가끔 머리좋은 자식들이 서울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기

위해 올라오는 일은 있었지만 그건 아들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난 자신의 길을 이렇게 멋지게 개척해온 저자보다 그 길을 열어준 그녀의 아버지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시골 농부일 뿐인데 딸아이를 타지에 보내 공부시킬 생각을 하시다니.

 

 


 

그런 아버지의 도전적 기질이 그녀에게도 대물림 되었던 것 같다.

그 어린 나이에 백지위에 자신의 미래를 쓸 생각을 하다니. 중학교 때 이미 결혼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아무나 하지 못한다. 정말 대단한 소녀 아니던가.

 

 


 

 

나도 언젠가 한 때 좋아하던 작가가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을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감탄한 적이 있었다. 세류에 굴복하지 않고 멋지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여서.

하지만 이 소녀 너무 웃기다. 흔적일랑 남겨둬야지란 가사를 흔적같은 건 남겨두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다니. 이러면 작사가나 가수가 당황하지 않을까.

 

 


 

정말 그런 말이 있다. 이승에서 남에게 밥을 대접하면 후세에 그 보답을 받는다고.

그런 것으로 치면 저자는 후세에 대단한 인생을 살지 않겠는가 그 많은 밥을 지었으니 말이다.

팔기위한 밥보다 그저 먹이고 싶은 밥의 수가 더 많았던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도 할리데이비슨은 무섭다.

한번도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나도 저자처럼 어려운 유학생활을 하기도 했고

여자로서 뛰어넘기 힘든 사회생활도 거침없이 해냈다.

그럼에도 할리는 노노!

그래서 더 멋있는 사람.

 

 

나도 슬며시 그녀의 밥상위에 수저 하나 얹어볼 요량으로 '계향각'을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다.

그녀의 클라스에 대기표를 올려둬야하나.

 

 

문득 언젠가 100세던가 해외의 어떤 할머니가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 거침없는 저자도 100세기념으로 비행기위에서 뛰어내릴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은 사람이다. 나는 그녀보다 더 멋지게 살지 못해서 더 부럽다.

결혼하지 않아도 외로울 틈도 없이 멋지게 사는 그녀에게 마구 응원을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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