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의 반가음식 이야기
김경미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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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음식 연구자이자 대통령상 수상 김치 명인인 김경미선생의 이 책을 보니

조선시대 종가집이나 사대부가에서 먹던 음식들이 잘 차려진 느낌이다.

 


 

 

음식을 하다보면 그저 한끼를 먹기위해 만드는 음식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정성을 아낌없이 넣는 사람들이 명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지만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천차만별의 맛이 나는 것을

보면 요리가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타고난 능력자들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서 한껏 위안을 하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식자재 중 하나가 바로 무이다.

작년에는 텃밭에 가득 심어서 뿌듯하기도 하였는데 올해는 바쁜일이 많아 파종이 늦어서

겨우 총각무 만하게 자라고는 성장이 멈춰버려 너무 아쉽다.

겨울무가 얼마나 달고 시원한가. 배 먹을래 무 먹을래 하면 나는 얼른 무를 선택하리라.

그런 달고 단 무를 가지고 생채나물이나 깍뚜기 외에는 그닥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무채 냉국은 기어이 해보리라 마음먹는다. 요리법도 간단하고 재료도 간단하니 도전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위안하면서.

 


 

 

언젠가 TV에서 닭찜 황금레시피를 전수받아 한동안 닭찜을 참 많이도 해먹었다.

안동닭찜이 유명하기도 해서 그쪽 레시피를 주로 따르는데 사실 단짠의 맛이라 누구나

좋아하는 요리가 되었다. 여기 소개된 닭찜은 반가식의 담백한 닭찜이다.

양념은 비슷하게 들어가는데 양이 적은 것 같다. 강한 맛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조금

아쉬운 맛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미식가라면 이 재료본연의 맛에 환호하지 않을까.

 


 

 

전라도에 내려와 산지 10년이 넘어가면서 가장 아쉬운 게 바로 김치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 덕에 시원하고 담백한 김치를 먹다가 젓갈 듬뿍 들어간 남도의

김치는 처음에 막 담갔을 때에는 맛있게 먹었지만 묵을수록 아쉬움이 더했다.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그랬을 것이다.

희한하게 남도의 김치는 치렁치렁한 무채를 넣지 않고 죽처럼 반죽된 양념을 배추에

바르는 방식으로 담근다.

이곳만의 방식이기도 하고 치렁치렁한 무채가 지저분한 느낌이라 그렇게 담근다고 했다.

여기 저자의 김치가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한 비법이었다.

그렇다고 무가 들아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무를 채 썰지 않고 배추 줄기의 두께와 넓이로 저며서 배추 사이로 켜켜이 넣는 방식을

찾아낸 것이다. 기가 막힌 해결책이다. 그러니 대통령상을 받을 밖에.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요리를 재현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렇듯 시대에 맞게 지혜로운

레피시를 찾아내는 것도 요리가의 역할이지 싶다.

간이 쎄지고 양념이 그득해진 요즘 음식도 좋지만 담백한 우리 전통음식을 식탁에

올려보면 어떨까. 왠지 품위있는 양반이 된 것 같은 기분좋은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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