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생각하는 것이 나의 일생이었지
정채봉 지음 / 샘터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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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정채봉은 살아생전 아이의 마음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서 동화를 쓰고, 그 동화가 아이에게보다 어른들에게 더 와 닿았던 것은 그의 작품들이

오히려 오래전 죽어있던 어른들 마음속의 동심을 울렸기 때문이리라.

그런 그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버려서 지금도 늘 그리운 사람으로 남아있다.

어느새 그가 떠난지 20년이 되었다니 세월이 무상하기만 하다.

 

 


 

 

프란치스코라는 세레명을 받은 천주교 신자였지만 어쩐 일인지 그는 종교를 뛰어넘어

산사에 스님도 만나고 목사도 친구되는 경계선이 없는 사람이었다.

여기 이 시집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20주년이 되어 그를 추모하는 시집이다.

 

 


 

 

그가 간암으로 발병하고 투병을 하면서 지은 시들은 가슴이 아프기만 하다.

수술실로 향하는데 어린 딸이 신발을 들고 따라오는 장면은 그야말로 눈물없이 보기 어렵다.

'어쩌면 영원히 신발을 신을 수 없게 될지도 몰라'

아 어린 딸을 세상에 두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살아생전 그리 풀과 꽃과 자연을 좋아하더니 결국 그의 고향 순천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정원이 들어섰다. 이미 그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풀과 꽃을 좋아할 운명이었던 것이다.

어떤 시인은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꽃을 내려오면 봤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지만

들판에 아무렇지도 않게 피어난 풀 한포기조차 함부로 축을 내지 못하던 여린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시다.

'지금 이 들녘에서 풀잎 하나라도 축을 낸다면 들의 수평이 기울어질 것이므로'

그가 떠난후 세상의 축은 한편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선한 한 사람의 무게가 그리 컸다니.

 

 


 

 

늙은 어머니의 삶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오래살았다면 오래 살았을 세월인데도 이렇게

애틋한데 스무살의 어린 나이로 딸아이를 낳다가 죽어버린 어머니의 빈 자리는 평생 그에게

외로움과 그리움을 심어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그의 이 시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리다.

딱 5분만 온대도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젖가슴을 만지고 '엄마'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에 딱 한가지 억울했던 일을 일러바치겠다고 어리광을 부리는 장면.

엉엉 울겠다는 그 말에 어찌 읽는 이의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겠는가.

 

 

먼저 가기엔 너무 아까왔던 그가 어쩌면 오지 못하는 엄마를 만나러 훌쩍 떠났는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어린 엄마에게 안겨 주저리 주저리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나누고 있겠지.

그렇게라도 일찍 떠난 한을 풀고 이제는 그만 외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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