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가들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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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늦둥이 아들을 돌볼 수 없는 형편이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그만 통곡을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라는 노래였는데 가사가 딱 내 마음 그대로였던 것이다.

'언젠가는 너와 함께 하겠지 지금은 헤어져 있어도 네가 보고 싶어도 참고 있을 뿐이지~~'

나중에 들으니 가난한 형편으로 함께 살지 못했던 아내를 그리며 쓴 가사라는데

나처럼 아이와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사람들보다는 사랑하지만 만나지 못했던 연인들에게

더 다가갔던 유행가일 것이다. 이렇듯 유행가는 우리들 인생에 큰 위안이 되는 친구같은

존재가 아닐까.

 

 


 

 

과거 우리 민족의 음악이라 하면 판소리나 창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소리'들이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점차 유행가의 형태로 발전하게 되고 지금은 가사조차 따라가기가 힘든 '랩'까지

등장하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이 하수상해서 그럴까 요즘 부쩍 드라마나 가요들이 향수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른 바 '라떼는 말이야'가 등장할 때는 살기가 팍팍해질때 란다.

'탑골 차트'가 유행하고 잊혀졌던 가수들이 다시 소환되는 것을 보니 반갑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최초의 '유행가'를 부른 가수가 '채규엽'이란 사실도 처음 알았다.

'사의 찬미'는 외국노래에 한국가사를 입힌 노래였는데 윤심덕의 로맨스를 더해서 더 애절하게 다가온 노래다. 언젠가 당시의 레코드에 실린 이 노래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지직거리는 소음 사이로 꾀꼬리같은 창법으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낯설었지만 꽤 구슬프게 들렸다.

예전 노래는 보면 지금의 창법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약간 꼬맹맹이 소리가 들어간 당시의 창법. 유행가를 보면 당시의 시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제 나도 나이가 꽤 들어 여기 기록된 초창기의 노래들을 얼추 알고 있다.

'동백아가씨'나 '맨발의 청춘'같은 것들은 물론이고 막 문화라는 것이 대중에게 파고들던

시절에 극장가에 걸리던 영화에게 흘러나왔던 음악들도 떠오른다.

 

 


 

 

유행가에는 우리네의 삶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래서 더 가슴에 와닿고 시름을 잊게 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에 빠졌을 때에도 실연에 힘들었을 때에도 거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이 모두 나를 노래한 것만 같았던 순간들이 어디 한두번이었는가.

누군가는 독재시절 투쟁의 노래로 의지의 결기로 부르기도 했던 노래들.

 

 

이 책은 유행가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저 몇 분짜리 노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안에 담긴 온갖 사연들과 시간들을 생각하면

한편의 소설같기도 하고 진득한 시같기도 하다.

다만 시대가 흐를 수록 내가 '유행가'의 트렌드를 못따라간다는 사실이다.

잘 나가는 아이돌가수들의 노래 가사가 잘 들리지도 않고 그러니 가슴에 와 닿지도 않는다.

이것도 늙어가는 징조인가.

나처럼 시름시름 늙어가는 족속들이 많아져서인지 최근 '트롯'이 대단한 열풍이다.

과이 트롯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굳이 랩을 들을래 트롯을 들을래 물으면 트롯을 선택하겠지.

이제는 무대에서도 보기 힘들어진 가수들이 그립다. 노래들이 그립다.

'소리없이 어둠이 내리고 길손처럼 또 밤이 찾아오면 창가에 촛불 밝혀 두리라~~'

캬 오래된 이 노래들이 어쩌면 이리 좋은지...한참을 흥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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