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평범한 사람들 지음 / 선한이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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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2020년만큼 다사다난했던 적이 있었을까.

오래전 사업이 쫄딱 망하고 빚잔치를 하고 내가 미국으로 도망치듯 떠났을 때보다

더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적어도 그 땐 사람들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가진 않았으니까.

뉴스엔 매일 몇 명이 확진되었고 몇 명이 죽었는지가 보도되고 검찰개혁이니 뭐니 하면서

정치판은 아수라장이다. 언제 백신이 내 몸에 와서 안심을 할 수 있는지 알 수도 없는데

인간들은 왜 이리 어리석기만 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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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주 가끔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따뜻한 소식도 있다.

누군가 동전을 포함한 몇 천만원을 20여년 째 주민센터에 두고 간다는 얘기와 고속도로를

달리던 차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뒤따르던 차가 멈추어 서서 정신을 잃은 운전자를

구했다는 얘기들. 차밑에 깔린 사람을 구하고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힘을 모아 차를

들어올린 얘기. 이 각박한 현실에 그나마 숨을 쉬고 사는 일이 비루하지 않다는걸 알려주는

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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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보면 괜찮은 인물들이 나타나 구원을 한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끌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여기 2020년 마지막 날, 이제 고작 12시간이 남은 이 시점에서 가장 어울리는 책으로 마무라

하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의 위대한 이야기'

쓰러진 엄마에게 혈소판을 수혈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딸의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다.

아무 댓가 없이 자신의 피를 나누어준 사람들.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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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학교 텃밭을 가꾸어 어려운 학생들에게 나누어준 할아버지 이야기.

분리수거를 깔끔하게 하고 그 수익은 다시 기부한다는 그 할아버지는 이름도 모르는 그저

평범한 우리 이웃일 뿐이다.

텃밭에서 나오는 채소 몇 포기와 분리수거로 얻는 소득이야 몇 푼으로 환산되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유익을 구하지 않고 내어주는 그 마음은 그 어떤 저울로도 잴 수 없는 무게이다.

우리 근처에는 이렇듯 '선한 이웃'들이 있다.

평범한 우리들을 이끄는 것은 거대한 권력도 아니고 부도 아니다.

같이 하려는 마음. 나누려는 배려심. 이런 것들이 모여서 지탱한다는 것을 무지한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너무 평범해서 아무도 사보지 않을 것 같은 책을 내고 그 수익조차 또

누구에겐가 나누려는 사람들이 만든 이 책이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유이다.

여유만 있다면 한심한 정치인들이 모인 국회의사당 앞에 전시해두고 한 권씩 제발 읽으라고

건네고 싶다.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오늘. 뜻깊은 책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본다.

 

* 이 책은 책방통행에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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