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나로 살 뿐 2 - 원제 스님의 정면승부 세계 일주 다만 나로 살 뿐 2
원제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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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무 힘들었던 2020년도 하루 정도가 남았다. 내년 이맘때 쯤이면 다시 활기찼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내년은 내가 태어난 해와 같은 신축년! 이런 사태가 없었더라면

아마 내 버킷리스트에 올려두었던 배낭여행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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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스님이 세계여행을 기획한 것 부터가 일단 남다른 선택이었다. 수행하는 스님이

여행을 하지말라는 법은 없지만 세계여행은 좀 과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그 어느 수행법보다 좋은 수행법이 바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좁은 산사에서 경을 외는 수행법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결국 자신을 다시 만나는 이런

수행법이야 말로 레알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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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절친 중에 수녀가 있다. 여고 동창인 수녀는 나와 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후에 사회생활을 하는

시절에도 자신이 수도자가 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심지어 천주교회에도 뜨문뜨문 다녔고

나에게 권한 적도 없었다. 그런 친구가 수녀가 되고 나서 그 길을 가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라기

보다는 저쪽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한다.

스님 역시 숭산스님의 모습을 보고 출가를 결심했다고 했지만 자신의 선택이 아니고 선택을

당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무릇 종교인으로서의 삶은 아주 특별한 삶이기에 부처께서 꼭

필요했던 청년 하나를 지목하셨던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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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패션으로 삿갓까지 쓰고 다닌 여행이었으니 오죽 눈에 잘 띄었을까.

그 모습이 때로는 방패가 되어 위험을 막아주기도 하고 더 많은 친절까지 받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청렴해보이는 스님에게도 빼앗을 것이 있어 훔쳐간 도둑들도 대단하다 싶다.

정열의 나라 남미로 떠난 여행편은 좀 더 유쾌했던 것 같다.

더구나 브라질에서 월드컵 축구관람까지 하다니..사실 축구도 별로 좋아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축구장의 열기를 느끼고 싶었다는 말에 나도 축구에 열광하는 브라질 사람들이

더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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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가 얼마나 소중하냐는 말에 수행자의 덕목이 바로 이것이구나 싶었다.

누구나 실패를 경험하려 들지 않는다. 실패는 수치이고 상처가 될 수 있기에 그렇다.

하지만 그 실패로 하여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겸허함을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스님의 여정에는 수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상황을 통해. 사람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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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곳에 있는 여자랑 자보는 것이 목적이라는 청년의 바램이 절대 이루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합장하는 스님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 스님 수행자가 되지 않았더라면 아주 유쾌한 철학자가 되지 않았을까.

 

결국 1편에서 만났던 피에르와 미국에서 다시 만난 장면은 감동이었다.

내내 그의 소식이 궁금했다. 결국 그는 평안의 길로 떠났지만 스님과의 추억을 아름답게

갖고 떠났을 것이다.

 

'부처의 눈으로 보면 모두가 부처'라는 말이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이다.

부처는 세상 어디에 있다. 다만 그걸 볼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을 뿐.

스님의 여정에서 잠시 선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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