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쨌든 구조되었다. 동상이 걸린 귀와 손가락, 발가락을 잘라냈지만 어쨌든 살았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고통이 시작된다. 자신의 실수로 사고가 났다고 생각하는 아빠 잭은
죄책감에 시달리고 두 아이를 잃은 엄마는 고통을 잊고자 달린다. 매일.
자신을 두고 떠난 밴스 때문에 남몰래 죽을 약을 모으는 클로이. 오즈의 장갑을 뺏고 방치했던
밥은 비밀을 묻은 채 엄마 앤의 곁에서 그녀를 위로한다. 나 핀의 영혼은 밥에게 증오심을 느낀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장 지혜로웠던 모가 사건 하나하나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서서히
진실이 드러난다. 아빠 잭은 죄책감과 마약으로 쩌든 밴스를 일으켜 빅베어로 떠나 오즈를
찾기 위해 수색을 시작한다. 엄마의 절친이었던 캐런은 이제 엄마의 절친이 되지 못한다.
이 소설은 생각지도 못한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심리를 아주 세심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별의 예감조차 없었는데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은 자식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과
절친인 모와의 추억들.
각자의 방법으로 고통을 이겨내려 애쓰지만 서서히 무너져가는 삶을 그린다.
하지만 영혼인 핀은 간절히 원한다.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라고.
위기의 순간에 인간은 자신도 모르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감춰져있던 본능대로 움직이게
된다. 어린 아이의 장갑을 빼앗아 자신의 딸에게 건넨 밥에게 돌을 던져야 할까.
죽은 딸의 옷을 벗겨 핀의 절친인 모에게 건넸던 앤의 행동을 보면서 캐런은 절망감을 느낀다.
너는 내 절친이잖아. 그 옷은 내 딸 내털리에게 건네줘야 하는거 아니었어?
이렇듯 인간은 위기의 순간에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읽는 내내 가슴이 저려왔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떠나보낸 기억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도 모르게 선택한 일들이 누구에겐가 깊은 상처가 되어 할퀴기도 한다는 걸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에게도 돌을 던질 수 없었다.
그 속에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간의 본성을 잘 그린 소설이라니...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