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의 하룻밤 - 캠핑 장인 김민수의 대한민국 섬 여행 바이블
김민수 지음 / 파람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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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있는 섬의 갯수는 정확히 모르지만 내가 살고 있는 여수시에 속한 섬은

외우기도 좋게 364개이다. 그중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섬에 내려와 산지 10년이 넘었지만 아름다웠던 첫 느낌은 이제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풍경이 삶속에 들어오면 그냥 삶일 뿐이다. 그리고 불편한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섬은....아름답지만 불편하고 인내심을 요구한다. 그게 내가 섬에 살면서 내린 결론이다.

 

                       

섬이 단지 육지에서 떨어져 나간 외톨이가 아니고 바닷물을 걷어내면 그저 이어진 육지라고

애써 위안해본다. 많은 섬을 가본 적은 없지만 대체로 비슷한 풍경이지 싶다.

사람들은 줄어들고 빈집은 늘어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늙은 노인과 고양이만

그득한 모습. 그런 섬이 좋다고 쫓아다니는 여행자가 있었다니 놀랍다.

하긴 해외여행이 극성일 때에도 아직 가보지 못한 우리땅이 얼마나 많은지 아냐고 그랬다.

그렇게 보면 또다른 해외(?)를 가보는 재미도 쏠쏠할지 모른다.

 

                              

일단 섬을 들어가려면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 제일 먼저 배가 오갈 수 있을지 날씨부터

확인해야 한다. 저자도 경험했겠지만 기상청에서 내놓은 정보를 믿고 배를 탔다가 며칠 동안

섬에 갇혔던 기억들이 있었을 것이다. 굳이 뱃길을 막는 주의보가 떨어지지 않아도 배가

안뜰 이유는 너무도 많다. 특히 늦가을이 시작되고 지금처럼 날씨가 고약해지는 계절에

더 그렇다.

 

                        

저자가 너무도 아름답게 찍어 올린 섬의 모습들은 한결같이 비슷하게 다가온다.

청산도처럼 구들논이 있거나 가끔은 산이 없는 섬의 모습은 조금 다르겠지만 푸른 바다와

엄격한 바위에 그위에 푸르게 솟아난 나무들. 그리고 홍합과 보말과 바위손이 붙어있는 해안가풍경.

대체로 배가 도착하는 선착장 부근이 가장 번화한 곳이고 섬사람들은 미역을 따고 말리고 쑥을 캐거나

물고기를 잡아 생활한다. 많이 알려진 섬들은 육지사람들이 떨군 돈들로 살아가기도 한다.

             

                   

여수시에 속한 섬들은 이제 육지를 잇는 다리가 점차 많아져서 배가 아닌 차를 타고 여행하기도

한다. 아주 가끔 이 섬에도 다리는 안되겠지만 바닷속 터널을 뚫어 연결이 된다면 어떨까

상상해보기도 한다. 불가능하지는 않을지 몰라도 경제성이 빵이라 아마 상상으로만 가능할 것이다.

제발 배라도 자주 오가준다면 더 바랄게 없을만큼 섬은 자주 고립이 된다.

 

                         

저자처럼 배낭하나 달랑메고 들어오는 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벽들이 있다.

다녀가는 손님들에게는 막걸리상도 푸짐하고 하룻밤 묵어가는 일에도 인심이 후한 것이

섬사람들이다. 하지만 아예 터를 잡고 살겠다면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가 그 때부터 시작될 지도 모른다.

 

왜 조선시대에 죄지은 사람들을 섬에 보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극심한 고립감. 그게 인간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를, 당시에 섬을 오가는 일이 힘들었을 시절엔

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름 낭만도 있다. 그래서 버텼다.

오래 살았던 나보다 더 이 섬에 대한 정보가 풍부해서 놀랐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단 하룻밤이지만 많은 준비를 하고 느끼고 남긴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다만 뱃시간은 성수기와 비수기가 달라지고 올해부터 섬을 오가는 버스가 생겨

다니기가 훨씬 편했졌음을 알려드린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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