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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살아보는 중입니다
임현주 지음 / 유영 / 2020년 12월
평점 :
인생을 반 넘어 살고보니 이 세상에 머무르는 시간들이 얼마나 짧은 것인지를 알게 된다.
그동안 나는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다 해보고 살았던가. 아니 해보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다.
이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 결국 난 해보지 못했던 일들을 남겨두고 떠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너무 슬프고 아쉬운 마음이 밀려든다. 왜 못했을까.
여건이 충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서, 밥벌이에만 열중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 내가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들은 무엇이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나도 꽤 열정적인 사람이었고 나름 내 세대에서는 파격적인 사고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닥 멋있는 삶을 살아보지 못했던 것 같아 지나간 시간들이 무척이나 아쉽다.
그냥 일반적인 직장도 아니고 자신을 수많은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아나운서란 직업을
가지고 '파격'을 해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아는 아나운서, 혹은 뉴스 앵커는
획일화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단정한 짧은 머리에 정장. 똑부러지는 목소리.
저자 역시 그런 모습이었다.
지방에서 우등으로 여고를 졸업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학교에 그것도 공대로 입학하다니.
적성이 이과였는지 그 때 이미 파격을 즐기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다시 아나운서라니. 정말 예측불허의 선택들이었다.
몇 몇 다른 방송사를 전전하다 자리잡은 지상파 방송국. 나도 처음에 무심코 뉴스를 보다가
안경을 쓴 여자 앵커의 모습을 보고 많이 낯설었다. 눈이 동그랗고 야무진 여자가 동그란
안경을 쓰고 당당하게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그녀가 그렇게 당당해 보였는지를 알게되었다.
사실 시도를 많이 해보지 않았을 뿐 여성앵커가 안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제약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금기 정도로 인식되었던가보다. 그걸 누가 깨부수냐의 문제였다.
하지만 노브라까지? 일반 직장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나도 외출할 때에만 브라를 한다. 평소에 노브라로 지내고 보니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송에 얼굴을 내미는 직업을 가진 여자가 노브라고 방송을?
안경보다 난 이 파격이 더 놀라웠다. 잘못하면 시청자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이 아니라 가슴에
머무르지 않을까. 미리 안다면 말이다.
어려서부터 자기 일은 알아서 잘 했고 자신의 길도 스스로 잘 선택해온 것 같다.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글도 쓰고 북토크도 하고 싶다는 바람은 나도 가졌던 바람이었다.
지금은 코로나사태로 주춤하고 있지만 분명 나는 저자가 그런 바람을 이뤄낼 것을 믿는다.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고도 내 나이쯤에 이르면 더 해보지 못한 일들에 욕심을 부릴 것 같은
여자. 멋있다. 'Why not?'
그녀의 파격들이 뒤따르는 많은 후배들에게 지표가 되기를..그래서 멋진 여성 앵커가 아닌
그냥 멋진 앵커로 기억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