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면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어차피 꽃길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비슷한 길을 다시 돌아가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나름 지금이 지혜가 더해지면 조금은 수월해지기도 하겠지만.
여고때 절친 삼총사는 서로의 생일도 챙겨주고 안부도 묻고 술도 한 잔 하면서 어울려
살아오고 있는데 얼마 전 맞은 내 생일에 수녀친구가 보내온 문자 하나가 그리 위안이 되었다.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참 애썼다.'
알아주니 고맙고 그 애쓰며 걸어온 길을 지켜봐줘서 행복하고 그랬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외롭다는 말, 그건 인간은 어차피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알기 까지 늘 왜 외로운지 누구에겐가 묻고 싶은 명제였다. 누가 있어도 외롭다. 그게 인생이다.
그래서 자꾸 기대고 싶어지고 그랬던거다.
어느 순간까지는 누군가 태어나고 생일을 맞고 결혼을 하고 그런 일들에 불려다닐 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고 불려다니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많이 힘들지는 않아도 그래도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면
한참은 우울해진다. 문득 인생이 참 덧없구나 싶어서.
가까운 지인이 아니어도 그런데 피붙이가 먼저 세상을 버리니 믿어지지도 않았고 그 아픔은
내가 죽어야 끝날 수 있음을 알았다. 결국은 다 떠나고 말 세상이지만 그걸 지켜보는 것은
여전히 아프다. 쓸쓸하다. 그립다.
사랑은 계획적일 수는 없다고. 운명처럼 벼락처럼 다가오는 일이라고 믿는다.
그런 필연같은 우연이 있고서야 그 사랑이 빛날 것이라고도 믿는다.
그럼에도 찾아온 사랑들은 늘 영원하지 않아서 아픈 적도 많았다.
어차피 인생은 외로운 길, 하필이면 만난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살아보자고 하는 말이
쓸쓸하면서도 견디는 힘이 된다. 미리 이별을 예고하지 말고 마지막인 것처럼 부디끼고
살아보지 뭐.
12월에 들어섰으니 완연한 겨울이다. 대부분 김장도 끝난 이 계절에 남녘의 땅은 아직
푸르름이 남아있다. 텃밭에 배추도, 뽑지 않은 고추도 아직은 성성하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 계절에 매달린 가녀린 꽃잎 하나에도 코끝이 찡해진다.
산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생명이라는 것에 소중함이 더 깊이 와 닿는다.
토닥토닥....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