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숲의 사랑
장수정 지음 / 로에스미디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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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죄는 아니잖아' 얼마전 인기리에 막을 내린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다.

내가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말도 있다.

흔한 말로 얘기하면 이 소설은 막장소설이랄 수도 있겠다.

대기업 임원출신의 50대 남자가 서른 중반쯤의 유부녀와 사랑 혹은 바람을 피우는 내용이니까.

금지된 사랑이란 것이 다 그렇듯이 애절하고 뜨거운 것들이 넘실거리는 장면도 무수하다.

하지만 돌을 던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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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암으로 위를 절제하고 다니던 회사에서도 고문으로 물러앉은 시마는 요양겸 제이령에 있는 별장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휴양림의 숲해설가 소유.            

대학 전임인 남편과 아이도 있는 여자. 아내와는 벌써부터 냉담하고 드물게 여자를 안아봤던 시마가 숲을 닮은 여자 소유를 사랑하게 된다. 아니 소유의 사랑을 받게 된다.            

유부남이었던 아버지와 술집 여자였던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부정한 아이처럼 자라야 했던 소유.

지식인인 남편은 그녀보다는 학문에 더 열중했고 그녀의 외로움이 뭔지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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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죽음의 사선을 넘었던 시마는 살아온 시간들이 덧없었고 악다구니같은 아내와는 남은

날을 살아내야 했지만 산으로 들어와 단절하는 삶을 살기에는 아직 너무 젊었다.

다리는 저는 여동생이 목을 메어 죽은 별장을 찾아들었던 것은 수술후 요양을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애틋한 여동생 류하의 체취를 느끼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다시 살고 싶게 만들어준 소유를 사랑하지만 모든 것을 잃기는 싫다.

그럴수록 소유는 시마의 품을 파고 든다. 시마에겐 모든 걸 버리고 소유를 선택할 용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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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에게서 사랑했던 류하의 모습을 봤을까. 뜨거운 몸으로 자신을 받아주는 소유로 인해 다시

젊어진 것 같은 열정이 되살아나서였을까. 자신을 위해 나물을 캐고 무치고 도시락을 싸는 소유의 모습이 사랑스럽지만 그녀의 집착이 강해질 수록 두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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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는 그랬다. 추하게 늙어가는 부모로부터 떠나고 싶었고 자신을 뜨겁게 안아주지 못하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시마와 첫 밥을 먹은 날, 시마가 가시를 발라 올려주던 생선 한조각을 보는 순간 그에게 충성하기로 맹세했다. 그게 소유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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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 시마는 그녀에게 등을 돌린다.

그리고 소유는......

 

갑자기 숲에서 찬 바람이 몰아치는 것 같다. 사랑했으나 선택받지 못한 소유의 몸부림같은 바람이다.

시류에 적당히 살았다면, 소유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시마의 삶은 달라졌을까.

 

제이령의 숲에는 류하와 소유의 체취가 바람으로 맴돌 것 같다.

바람이 한 점 휘몰아칠 때마다 찬란했던 단풍은 지고 만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누군가는 사랑하고 누군가는 이별하고 누군가는 별이 되고 있겠지. 쓸쓸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잠시 시간위에 머물렀던 사랑이 그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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