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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하루 1작품 내 방에서 즐기는 유럽 미술관 투어 ㅣ Collect 5
이용규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1월
평점 :
오래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을 방문했었다. 규모도 컸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어서 결국
작품을 다 감상하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그나마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익히 알고 있는 모나리자의
그림은 포기할 수가 없어 긴 기다림끝에 그것도 그림을 보호하기 위해 거리를 띄어놓은 모나리자를
만났었다. 그 때의 첫번째 감정은? 어 생각보다 그림이 너무 작은데.
고작 우리집 거실에 걸린 조그만 그림 한 점처럼 크기가 작아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뭐 명작이 다 커야한다는 법은 없지만 막연하게라도 크기가 클 것이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루브르 박문관의 그림을 좀 꼼꼼히 둘러보려면 3일 이상이 걸린다고 했다. 당시에도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뭔가 귀에 꽂고 한국어로 된 안내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쓴 저자들이 대체로 이런 일들을 했던 모양이다.
그림을 전공한 사람들도 있고 가이드일을 하면서 축적된 정보가 아주 전문적이다. 그림자체에 대한 설명도 당시의 시대상황도 하다못해 화가의 에피소드까지 잘 수집이 되어 있어 그림이 더 다가온다.

영국의 화가 한스 홀바인-나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의 '대사들'이란 그림은 영화 1000일의 앤에도
등장하는 앤불린과의 이혼문제로 로마교황청과 갈등을 빚었던 헨리8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파견된 프랑스 외교관 장 드 당트빌이란 인물과 프랑스 주교를 그렸다.
인물에 대한 정보나 배경이 된 천문관측기구같은 것이 당시 두 사람이 과학적인 지식이
많다는 걸 암시하고 당시의 악기인 류트의 줄이 끊어진 이유등을 알 수 있다.
내가 이 그림에 놀랐던 것은 두 인물의 발 사이에 있는 타원형의 뭔가였다.
처음엔 아예 보이지 않았던 이 것이 바로 해골의 모습을 삐뚜름하게 그려놓은 것이었다.
왜? 종교적인 의미로 '메멘토 모리'를 의미한다고 하니 화가의 메세지가 이렇게 숨어있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저자의 멘트가 없었다면 전혀 보지 못하고 지나칠뻔한 그림이었다.

화가중에서는 가장 많은 자화상을 남겼다는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참 인상깊었다.
검색을 통해 본 그의 다른 자화상의 모습에서는 아주 다양한 모습의 자신을 담았다.
대체로 자화상을 그린 화가들은 실제보다 더 멋지게 그리는 경우가 많은데 렘브란트는 있는 그대로를
그렸다는 점에서 그의 성품을 짐작할 수 있다. 30세의 모습과 63세의 모습은 세월의 무게가 그대로
느껴진다. 늙어서 주름지고 초라해진 얼굴에서 유독 뭔가를 초월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기분일까. 불행한 가정사와 가난으로 점철된 인생이었지만 자신을 그림으로써 화가 이상의
철학가같은 면모가 풍긴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진주 귀고기 소녀'는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많이 닮았다.
신비한 눈빛이나 아련한 느낌 같은 것도 그렇고 모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는 것도 그렇다.
그림에 문외한인 나도 이 그림에 등장한 소녀의 신비한 미소나 노랑과 파랑의 절묘한 색감이 주는
세련됨에 매혹된다. 이 소녀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거장의 손길에 남아 후세에 전해졌다는 점에서
그녀는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본다.

근대의 거장 피카소가 여성편력이 심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대체로 예술가들은 열정이 넘쳐서인지 사랑에도 과감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72의 나이에 27세의 여자라니.
'사랑한게 죄는 아니잖아'를 외쳤을지도 모를 피카소보다 그를 사랑했던 재클린이 더 대단하다.
결국 피카소의 마지막 여자로 피카소 사후 유산문제며 뒷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권총자살로 마감 했다니 하늘에 있을 피카소가 너무 그리웠던 것일까. 이렇게 또 몰랐던 사실을 알게된다.
갈 수 없는 곳이라 더욱 애틋하기도 하고 그림 한 점에 담긴 시간을 만나는 일도 너무 행복했다.
하지만 언제라도 꼭 이 그림들을 실제로 볼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