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감히 우리 집안을
장병주 지음 / 맥스밀리언북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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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와 TV를 보는데 외국에서 온 며느리가 한국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는 장면이 나왔다.

현관 비밀 번호를 알아서 시도 때도 없이 연락도 하지 않고 들이닥치는 시어머니.

결혼한지 2년이 넘었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냐고 간섭하는 장면에서 딸아이가 지금도 저런

시어머니가 있냐고 흥분한다. 요즘 여자들은 저러면 다 이혼할거라고 하면서.

그러니 아주 오래전 고추보다 매웠다는 시집살이를 하는 시절이었다면 다들 혼자 산다고

버텼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여자들은 그랬다. 그렇게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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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까지 나온 인텔리 여성이 무뚝뚝한 남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엄한 시어머니에게 매운 시집살이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다. 손녀까지 본 나이지만 그래도 조선시대는 아닌데 그 시간들을

견뎌왔으니 안쓰럽다고만 하기에는 표현이 부족하지 싶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지금도 가끔 시어머니가

나오는 꿈을 꿀까.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으면서 자신의 시간들을 까발리는 일에 고민이 많았던 것같다.

하긴 그럴만도 하다. 속살을 드러내는 기분일테니까. 하지만 고였던 얘기들을 꺼내놓을 정도로 이제는

담담해졌다는 뜻이기도 할테고 그럼으로써 지나온 시간들을 정리한다는 의미가 있으니 잘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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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누군가의 딸로 태어나 살면서 엄마의 삶이 좀 답답해 보였던 것 같다. 엄마의 어둔 흔적들을

보면서 자신은 그런 흔적을 남기고 싶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자신은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4남매를 낳아 키웠지만 3대독자인 아들에게는 아들을 낳으라는 소리는 아예 할 생각이 없단다.

다행이다. 사실 매운 시집살이를 한 사람이 또 그런 시어머니가 되기 쉽다는데 멋지게 그걸 이겨냈으니

그 집 며느리는 안심해도 되겠다. 아무렴 그래야지. 잘못된 문화는 나부터 끊어내는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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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시어머니가 며느리 시집살이를 하는 세대다. 아들 집에 갈 때도 미리 연락은 물론이고

밑반찬도 경비실에 두고와야 멋진 시어머니가 된단다. 시집살이가 당연한 시대에 태어나 이제는

며느리 시집살이를 걱정하는 세대라니...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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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서는 이해하지 못했던 시어머니의 행동들이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하고 담담해 졌다니

시간이 주는 지혜는 역시 다르다. 차문을 열어놓고 세차를 하는 바람에 물벼락을 맞았는데 그

깜빡증이 아들에게도 내림이 되어 덤앤더머 모자라고 고백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살짝 찔린다.

나도 요즘엔 자주 깜빡 깜빡쟁이가 되었다. 나이탓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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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긴 시간을 지나 죽음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나이가 되었다.

아마 내 나이쯤 되는 세대는 거의다 그러지 싶은데 무의미한 생명연장같은 것은 원하지 않는다.

죽음이 아름답긴 어렵지만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는 말에 공감한다.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요즘이 저자나 나의 시간과 닮은 것 같다.

계절은 돌아 돌아 다시 오겠지만 인간이기에 언제가 돌아갈 그 날은 올테고 지나간 시간들을

정리하는데 지금이 딱 좋은 것 같다.

저자의 글 속에 나를 얹어보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돌아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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