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 공지영의 섬진 산책
공지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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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그러니까 내가 섬에 내려오기전이었으니가 거의 10년도 더 전에 만났던 그녀는 참

아름다웠다. 적당한 몸집에 찰랑거리는 머리에 얼굴도 예뻤다.

소설가가 어떻게 생겨야한다는 공식은 없지만 난 글을 쓰는 작가가 잘 생기거나 예쁘면

경외심이 생긴다. 그리고 질투심이 솟아오른다. 아니 재능에 미모까지?

                            

 

 

두어번 작가와의 만남에서 만난 그녀는 솔직한 사람이고 어색함 꾸밈을 싫어하고 선으로 치면

곡선보다는 직선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그녀가 쓴 작품은 거의 읽었다고 생각하는데 난 작품에서 만나는 그녀가 참 좋다.

사실 독자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를 만나는 일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너무 좋아해서 갔겠지만

어떨때는 상상속의 작가가 실제와는 달라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작품에서 빛나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불친절하거나 무뚝뚝하거나 이기적이기도 했던

모습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출판사의 강요(?)로 그런 시간을 갖을 수 밖에

없지만 몹시 두렵고 피하고 싶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착하고 부모말씀을 잘 들었던 형제들과는 다르게 좀 억세게 세상과 부딪히고 살았던 것 같다.

대학에서도 그저 곱게 학문만 연만했던 것은 아니었던 걸 알고 그뒤 매번 이슈에 오르는 몇 번의

결혼과 이혼.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는 모습이 참 멋졌다.

심지어 자신의 그런 이야기를 유머와 위트로 버무려 작품을 써서 난 그녀가 아주 잘하고 살고 있구나 안심도 했었다. 이제 좀 편하게 살고 있구나 싶을 때, 기습적으로 검색순위에 오르내리는 그녀의 이름을 보면 가슴이 쿵 내려안고 때로는 실망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냥 순하게 살면 안되려나.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은 그녀를 두고 나온 말 같아서 그냥 둥글둥글 살았으면 싶었다.

 

 

몇년 전인가 지리산 학교에서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보고 지리산 언저리에 있던 그 유명한 지인들과

행복하구나 했고 내가 사는 섬에도 지리산시인과 함께 왔다 가기도 해서 미리 알았더라면 회라도

한접시 했으면 했었다. 분명 그녀는 나를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를 아주 오랫동안 알아온 사람같아서

낯설지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그닥 사교적인 사람은 아니다. 이 책에서도 말했지만 -물론 그동안의

아픔으로 인해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불쑥 찾아온 손님이 버겁고 연락없이 자신의 울타리를 넘어오는 사람이 싫단다. 나도 그렇다. 다만 나는 가능하면 내색을 안할 뿐이고 그녀는 적극적으로 하는게

다를 것이다. 그녀의 작품에서 만나는 그녀의 글들은 너무 좋아서 존경과 질투를 부른다.

그러나 그만큼 뾰족한 그 무엇 때문에 그녀 자신도 아프고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도 아프다.

 

 

이 책에 실린 3명의 후배에 대한 이야기에서 난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그 어떤 고백서보다

정확한 자기진단서라고 확신한다.

언젠가 가본 지리산 자락의 평사리를 지명 그대로 아주 평온한 곳이었다. 그냥 평온하다기

보다 그 모든 번잡함과 속세의 어지러움을 잠재우는 아주 드문 지형을 한 곳이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써진 곳.

그곳에서 바라보는 들과 강이 참 좋았다. 그 언저리에 지친 여인 하나가 언젠가 찾아들 것이란

생각은 못했다. 하지만 그 곳이라면 충분히 그녀를 안아줄 수 있는 곳이라고 확신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가 참 좋다.

어느 드라마에서 했던 대사던가. 바람도 없고 비도 없고 평온하기만 한 날들이 계속되면

세상은 사막이 되어 버린다고...바람과 비가 없는 세상은 존재되어서는 안된다고...

많이 흔들리고 많이 젖고 아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텃밭도 가꾸고 차도 덕고 순댓국도 열심히 먹으면서 좋은 작품으로

많이 만나길 기대한다. 그게 그녀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향한 그녀의 답변서가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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