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짓읍니다
박정윤 지음 / 책과강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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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먹방이 유행이다. 무수한 레시피들이 넘치고 맛집도 넘친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외식도 어렵고 이럴 때 요리솜씨라도 좋으면 실력발휘라도

해볼텐데 그렇지 못해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요리솜씨도 타고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친구 하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 기가막히게 맞춘다. 입맛자체가 남달랐던 그 친구는 요리도 기가 막히게 잘한다.

여기 입맛도 남다르고 요리솜씨도 남다른 엄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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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연인지 어려서 여수에 사는 할머니곁에서 자란 저자의 추억은 온통 할머니였다.

우리가 어디가서 맛있는 걸 먹으면 '할머니의 손맛'이라는 말을 많이 하게 된다.

바로 그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음식을 먹고 자란 저자가 아이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장면들은

'사랑'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게 한다. 맛도 좋겠지만 아이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요리를 하는 한없는 엄마의 사랑이 느껴지는 것이다.

아마 저자의 할머니도 그런 마음으로 손녀에게 음식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것도 내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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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이 낼 모레인 나도 여전히 엄마의 김치를 얻어먹고 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엄마의

어떤 음식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생각해보았다. 너무 많은데 일단 이북식으로 깔끔하게 만든

김장김치와 양념게장, 잡채가 떠오른다. 양념게장은 아무리 흉내를 내보아도 그 맛을 낼 수가

없다. 오죽하면 딸아이에게 양념게장 담그시는 날 동영상을 찍어두라고 당부했다.

언젠가 다시는 못먹을 울엄마의 음식들을 그렇게라도 살려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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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당연히 사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집에서 그것도 아주 맛있게

해먹을 수 있다니 상상하지도 못했다. 백숙이나 볶음탕이라고 모를까.

얼마나 맛있으면 아이들이 소풍가는 날 김밥은 안싸도 좋으니 치킨을 해달라고 했을까.

반 아이들이 서로 얻어먹으려고 달려들었다니 얼마나 우쭐했을까.

정말 대단한 요리솜씨를 가진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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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할머니대신 자신을 돌보아주시던 고모를 위해 피망잡채를 만드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시큰해졌다. 가끔 나도 뭔가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음식들이 있다.

그 음식을 먹을 때의 기억들. 이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하나같이 추억이 담겨있다.

할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언젠가 자식들이 기억하게 될 추억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먹이기 위해 재료를 다듬고 썰고 만드는 그 모든 수고가 사랑이라는 것이

그대로 전해진다. 몸이 많이 아팠던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지도 궁금해진다.

언젠가 엄마의 음식을 못먹게 될까봐, 그리워하게 되는 날이 올까봐 걱정하는 아들의 글에서

엄마를 너무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엄마의 넘치는 사랑이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사랑이 넘치는 어른이 된 것 같다.

다행이다. 엄마의 음식은 그런 힘이 있다. 오래 오래 사랑하는 아이들과 맛있는 요리를 함께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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