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 제작자들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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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모든 일들이 필연이기만 했을까. 분명 필연보다 우연이 더 역사를 바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우연은 정말 그냥 우연이기만 했던걸까.

아마 저자는 이런 호기심으로 이 소설을 썼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번쯤은 생각해본

일들이기 때문이다. 본명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들 사이를 구분 짓는

명칭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명명된 이름은 가이.

인간은 아니고 신은 더욱 아닌데 이 세상에 분명 존재하는 우연제작자이다.

 

                        

아침에 편지가 도착하면 우연제작자들은 그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짠다.

남녀사이의 사랑을 맺어주기 위해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기획하기도 하고 심지어

상위의 우연제작자중에는 죽음을 통해 우연을 계획하기도 한다.

선한 알베르토가 '햄스터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라는 별명을 붙은 암살자가 된 것도

사실은 그가 언젠가 마피아계를 평정하고 결국 소멸시켜버리는 인물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기획된 것이었다. 그는 암살자이지만 생명을 죽여본 적이 한번도 없다.

누군가의 지시로 지목된 인물들이 알베르토가 죽이려고 하면 그냥 저절로 죽는다.

모두 우연제작자들의 기획이었다. 하지만 선한 가이는 죽음까지 동원된 우연은

잘못된 일이라고 판단하고 누군가를 죽이라는 명령을 거부한다.

그 누군가는 바로 자신이 오래전 어린 소년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마이클이다.

 

                         

세상의 모든 우연은 선해야 한다고 믿은 가이는 마이클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그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이 사실은 가까이에 있었던 사실도 죽은 후에 알게 된다.

우연제작자의 죽음은 인간의 죽음과는 다르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존재이므로 죽음이 없다.

오히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기회가 된다.

 

                       

원래 우연 제작자들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고 미션이 전달되면 스스로 기획을 해야한다.

가이는 그저 소소한 일들을 맡았다.

대통령의 탄생이나 죽음같은 위대한 일들은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우연들이 가치가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내 곁에 우연제작자들이 있다면 우연한 행운들을 많이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저자의 호기심은 우연히 발견된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이 발명되고 어쩌면 불가능했을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우연제작자들의 기획에 의해 가능했을 것이라 말한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증명할 수 없는 일이니 누가 갖다 써도 좋을 소재 아닌가.

신과 인간의 경계에 우연제작자가 있다고 나는 믿는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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