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거의 누군가의 희생으로 지금 우리가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세상에 태어나서 먹고 사는 일로 열심히 살아오긴 했지만 누군가를 위해

나를 헌신했다는 생각은 못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의 헌신이 지금의 우리에게

큰 희망이 되었다는 사실도 잊고 있었다.

100년 전 프랑스 파리에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어떤 여자의 헌신이 없었더라면

길거리에 방치되었던 수많은 여자들의 삶은 어땠을지는 더 생각해보지 못했다.

 

20201023_124854.jpg

 

신은 때때로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선과 악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악인의 등장은 신을 찾게 하고 선인의 등장은 삶을 겸허하게 하면서 신에게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100여년 전 블랑슈는 신을 대리해서 파리 시내에 여자들의 궁전을 세웠다.

자신의 목숨을 대신해서라도 꼭 이루어야 할 소명이었다.

그래서 지금, 파리 시내 한복판에는 거대한 여자들의 궁전이 존재한다. 다만 그 곳에 들어갈 수

있는 여자들은 많이 불행해야했고 거처가 없어야 했고 돌봄이 필요한 존재여야 했다.

 

20201025_125905.jpg

                            

마흔이 된 변호사 솔렌은 부유한 동네에서 자라고 부족함이 없는 삶을 살았다.

적어도 의뢰인이 법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기 전까지는 떠나간 연인 제레미의

부재만이 그녀의 고통이었다. 하지만 바닥에 으스러진 의뢰인의 시체를 본 순간 그녀는

정신을 잃었고 삶의 지표를 잃었으며 우울증 약이 없으면 살아가기 힘든 존재가 되었다.

불공평했다.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얻은 성공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라니.

정신과 의사는 약물에만 의존하지 말고 봉사를 해보는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이런 처참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돕는 봉사를 하라고? 그게 말이 돼?

 

20201025_184855.jpg

 

하지만 솔렌은 여자들의 궁전에서 글을 대신 써주는 대필작가로 봉사활동을 시작한다.

그곳에 모인 여자들의 삶은 비참해보였다. 노숙자, 매춘부, 이민자..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든 그 곳에서 솔렌이 처음 한 일은 세르비아 여자의 우편물을 읽어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영국여왕에게 사인을 받아달라는 부탁의 편지와 고향 기니에 남겨진 아들에게 편지를

써달라는 여인의 부탁을 받는다. 그리고 솔렌은 매주 목요일 대필작가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려웠지만 해냈다. 그리고 점점 여자들의 궁에 있는 여자들의 삶에 들어가게 된다.

 

20201025_200950.jpg

                             

솔렌은 작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떠올렸다. 그리고 여자들을 대신해서 들어주고 글을 써주는

일을 통해 우울증이 서서히 치유되는 것을 느낀다. 세상에는 돌봐야할 여자들이 너무 많았다.

자신의 우울증 정도는 큰 일도 아니었다. 자신의 집 앞에서 노숙을 하는 어린 소녀는 사실

제빵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을 했고 능력있는 아이였다.

하지만 집착이 강한 엄마로부터 도망쳐 파리로 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솔렌은 이 아이를 여자들의 궁으로 인도한다. 오래전 블랑슈가 그랬던 것처럼.

 

20201026_111015.jpg

                           

여자들의 궁에 모여든 여자들은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다. 늘 문제를 일으켰던 생티아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솔렌도 절망한다. 자신이 도왔더라면...생티아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늘 그렇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사람보다 곁에 있던 사람들이 더 극심한 후회와 고통의 시간을

보낸다. 솔렌은 여자들의 궁에 모인 여자들의 삶을 쓰기로 한다.

버림받은 삶이겠지만 그녀들에게도 희망을 품을 자격이 있음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이 소설은 소설이라기 보다 르포같은 느낌이다.

실제 파리시내에 있는 '여성 궁전'이 어떻게 탄생되었고 누가 그 곳에 입성하는지

작가는 깊은 눈으로 바라본다.

우연히 궁앞을 지나다가 블랑슈라는 여인의 삶을 알게되고 오랫동안 추적하여 이미

잊혀진 블랑슈의 삶을 되살렸다.

블랑슈의 헌신이 버림받은 여인들에게 어떤 희망을 주었는지 증명해냈다.

우리 주변에서도 갈 곳없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나는 그들에게 잠시라도 눈길을 주었는지...되돌아보게 된다.

그들도 돌봄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의 무심함을

꾸짖고 어려운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하는지를 가르쳐준다.

 

 

 

*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