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답사 여행 - 역사의 물길을 바꾼 결정적 장면들 자음과모음 청소년인문 14
정명섭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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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이 땅은 수많은 시간이 머물렀었고 수많은 인물들이 살다간 곳이었다.

살다가 가끔은 지금 내 집이 있는 이 터는 과거에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보곤 한다.

독서당이라는 지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인재를 길러내던 연구기관이 있었다는

곳이 근처 어디인가에 있었다고 짐작된다.

또한 근처에 조선시대 요리책인 '규합총서'를 쓴 빙허각 이씨의 집이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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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는 과거의 역사가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정동근처에 있었다는 러시아공관은 지금 삼층 석탑만 남았는데 바로

이곳이 그 유명한 아관파천의 무대였다는 것이다.

저자와 함께 고종의 가마를 쫓아 러시아공관으로 가는 여정은 정말 실감이 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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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의 왕이 후궁의 가마를 타고 몰래 타국의 공관으로 피해야 했던 그 새벽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30분 정도 소요되었을 것이란 그 길에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그 길 위에 지금은 경찰청건물도 들어서고 건넜던 금천교 다리도 없어졌지만 그 길 어딘가

남아있을 수도 있는 돌멩이가 있다면 그 날의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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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조선의 몰락을 지켜봐야 했던 왕의 아픔이 느껴지는 스토리다.

이렇듯 이 책은 역사적인 사건을 쫓아 그 날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리얼리티가 있다.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날로 돌아가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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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의 시간중에 안타까운 사건은 많다.

세조가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이 되는 장면이나 쪼잔한 인조가 청나라에 인질로 가있던

소현세자가 돌아오자 위협을 느끼고 없애버린 사건도 그러하다.

물론 소현세자는 인조가 직접적으로 죽였다는 증거는 없지만 며느리에게 사약을 내려

죽인 것으로 보아 소현세자는 분명 독살된 것으로 보여진다.

조선시대 최고의 왕인 세종은 자신의 손자가 그렇게 참혹하게 생을 마감하리라는

예감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수양대군의 야심을 눈치챘고 당시에 충신이었던 김종서에게

뒷일을 부탁하긴 했지만 수양대군의 야심은 멈추지 않았고 결국 난을 일으켜 왕이 되고야

만다. 궁이 있던 광화문근처에는 이런 역사적인 사건들이 많이 일어났고 추억도 함께

공존한다. 농업박물관터에 김종서의 집이 있었다니 당시 그의 권세가 상당했구나 싶다.

 

저자의 해설을 들으면서 발로 걷는 스토리답사여행을 한 것만 같다.

역사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읽으면 절로 공부가 될 것 같은 책이다.

가능하다면 책에 있는 그 길을 찾아 과거의 사건을 쫓아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 지금의 이 순간도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지 않을까.

자신이 서 있는 이 시간과 공간이 소중해지는 경험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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