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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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쓰는 청소부라...창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다가 그 청소의 본질을 알게되면 갑자기

숙연해진다. 사업자등록증에는 '서비스업'이라고 구획되어진 직업!

두려움이 느껴지는 '죽음'언저리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남자!

 

 

인간은 반드시 죽고 누군가 그 흔적을 지워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지막을 잘 정리해주면

좋으련만 그럴 지인조차 없는 죽음이라면 얼마나 쓸쓸한가.

대한민국 가구의 형태를 보면 점차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비혼도 많아지고 자식들을 다

떠나보낸 노령인구가 홀로 남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떨어져 살더라도 서로 잘 챙겨주면 좋으련만 사는 일이 녹록치 않다보니 왕래가 뜸해지고 심지어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지내는 사람들은 홀로 죽음을 맞이해도 얼른 발견이 되기 힘들다.

'고독사'든 '고립사'든 외로운 죽음이 늘어나고 있다.

 

'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다'는 말이 가슴아프다. 하긴 돈이라도 많은 부자들 곁에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하지만 가난하다보면 사람들이 떠나거나 스스로 고립되거나 그렇게 혼자가 된다.

얼마 전 읽었던 일본의 유품정리사의 책을 보면 일본은 더 일찍 '고독사'가 시작되었고 그 흔적을

지우는 직업도 더 일찍 만들어졌다. 우리나라도 점점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고독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풍요로운 시대가 되었다고 하는데 고독사는 더 많아졌단다.

아프다.

 

 

고독사는 다 쓸쓸하고 가슴아프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죽음은 더 애달프다. 남겨진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고 때로는 온집안안에 쓰레기가 잔뜩 쌓여있기도 하다.

착화탄에 스스로 불을 붙이고 창문이며 현관에 테이프로 밀봉하고 완전한 죽음을 실행한다.

목을 매는 경우도 있다. 그 마지막 가는 길에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자살은 천국에 들어가지도 못한다는데 죽음 후에 더 고통스런 세계가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을지

두려워진다. 그렇게 죽은 자가 빨리 발견되면 좋으련만 시간이 지날 수록 더 처참한 몰골로

발견이 되고 남은 사람들은 그 죽음의 흔적조차 치우고 싶어하지 않는다.

결국 저자처럼 총대를 메고 전쟁터같은 현장에서 전투를 벌일 수밖에 없다.

 

 

자살을 앞두고 미리 견적을 받아보는 고객(?)도 있다. 죽기전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가는 사람이

더 나은 것인지. 청소부입장에서는 힘을 덜어내는 일이니 감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죽음이라고

덜 아프지도 않다.

 

세상에 수많은 직업들은 대체로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

저자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서비스업'을 선택했는지는 모르지만 전생의 업을 이렇게라도

닦고 싶어 운명처럼 다가온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라도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순히 청소일을 넘어서 죽은 이를 상상해보고 그 삶을

들여다보고 위로의 말을 건넬수 있어야 하니까.

구천을 떠돌았을 가난한 영혼이 그의 위로로 평안을 얻고 하늘의 문을 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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