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꽃도 감나무 그늘 밑에 있으면 영원히 꽃이 피지 않는다
김희성 지음 / 북랩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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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은 감나무의 고장이다. 가로수도 감나무요 집집마다 곶감 말리는 줄이 즐비하다.

감나무는 다섯가지 덕이 있고 버릴 것이 없는 나무라고 알려져있다.

나무도 좋고 열매도 좋고 하다못해 잎파리까지 약이 되는 나무!

그런 나무밑에도 그늘이 들면 꽃이 피지 않는다는 말은 상당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 한권을 책을 쓰기 위해 저자는 상당히 고군분투한 것 같다.

문학적으로 해석하면 다소 거칠고 사상적으로 생각하면 다소 파격적이다.

때로는 아리송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이 시원해지기도 하다.

전하려는 마음이 넘쳐서 과한 표현도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자신이 깨달은 삶의 지혜를

전하고자 하는 간절함이 넘친다. 마치 말 안듣는 소를 물가로 힘껏 데려가려는 농부의 심정처럼

이미 귀닫고 눈닫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간절함은 무엇인지 찬찬히 둘러보았다.

 

 

소크라테스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외쳤듯이 저자 역시 자신은 일자무식이라고 고백한다.

그의 고백에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외친 소크라테스가 겹쳐보인다.

겸손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됨됨이를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일자무식은 무엇에 대한 일자무식인가.

대학졸업장을 가지지 못한 무식인가. 아님 세상 이치를 모르는 무식인가.

지식과 지혜중에 그가 알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솔직하고 때로는 거친 저자의 글을 보면서 문학적인 아름다움보다는 거친 들판에 핀 들꽃을 보는 것

같았다. 때로는 바람이 흔들리고 주변이 황량하니 외롭기도 하고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으니 존재의

가치를 모르는...하지만 그 역시 우주요 생명이고 세상에 온 이유가 분명한 사상가!

문예창작과를 나와 신춘문예에 등단해야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에 공감!

오히려 세상과 부딪혀 얻은 지혜로 사람들을 온전한 삶으로 이끄는 선구자가 작가 이상 이려니.

 

 

차량넘버가 참 운명적이다. 그냥 넘겼을수도 있는 숫자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순간 에로틱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위트가 있는 멋진 넘버다.

외로운 들녘에 들꽃인줄 알았는데 무척이나 사랑받는 존재였네.

 

오래전 영동이란 고장에서 2년 정도 산 적이 있었다.

충청도인데 경상도인 것도 같고 전라도인 것도 같았던 동네. 감나무가 즐비했고 감나무축제가

열렸고 맑은 물 속에 올갱이가 주절거리던 아름다운 시골.

순박한 듯 싶지만 심지가 올곧았던 사람들.

그런 기질을 받아 저자 역시 할 말은 하고야마는 대쪽같은 기질이 느껴진다.

듣는 사람은 들을 것이요. 모른척 등을 돌릴 사람은 돌릴 것이다.

시니컬한 표현에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하겠지만 듣다보면 약이 된다.

감나무 이파리가 다 떨어지면 뒤늦게라도 무슨 꽃이라도 피지 않을까.

이왕 들꽃이라면 민들레 홀씨처럼 훨훨 날아올라 닿는 곳마다 뿌리를 내리고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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