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인문학 여행
남민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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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번 기막히다. 어쩔 수 없이 방구석에서 콕 해야하는 이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는가.

책읽기가 딱이다. 그러니 '방구석 인문학 여행'이란 제목이 딱이란 소리다.

사실 인문학하면 꽤 어려운 무슨 학문쯤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10여년 전 이던가 한창

인문학 책이나 강의가 유행인 적이 있었고 어려운 학문인줄 알았던 인문학이 우리 맘속에

아주 편하게 안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방구석에서 하는 인문학 여행이라고 해서 만만하게

여길일도 아니다. 사진자료부터 빵빵하니 실감이 나는데다 역사공부 제대로 할 수 있는 책이다.

 

 

해외여행도 언제 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가 없고 국내여행도 걱정스럽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었다면 이번 추석연휴에 공항은 난리법석이었을 것이다. 이제 해외여행은 옆집 놀러가는 것 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나라조차 제대로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보자.

여기 소개된 여행지는 31곳이다. 이중 내가 간 적이 있는 곳은 6곳이다. 물론 소개된 곳을 다 가본 사람도 있겠지만 우리 역사가 숨쉬는 곳을 못가본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무작정 떠나는 여행도 좋지만 이렇게 스토리를 학습하고 만나보면 더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

 

 

작년 봄에 전주 한옥마을을 갔었다. 코로나 사태 전이어서 관광객도 제법 있었는데 경기전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한옥마을만 걷다가 온것이 무척 후회가 된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도 보지 못하고 한 때는 조선왕조실록이 있었다는 창고도 보지 못하고 왜 급하게 온 것일까. 그야말로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하는 여행은 주만간산격이 된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문경새재는 참 좋은 곳이었다. 삼도의 경계선에 있고 걸어올라가기가 편한 편이다.

풍경도 좋고 그 옛날 과거를 보러가던 선비의 숨결이 느껴지는 것 같이 사연도 풍성하다.

거기 어디쯤 문학관이 있어 김훈작가와 한참 얘기를 나눴던 기억들이 아득하다.

'새'란 의미가 이렇게 여러가지였구나 싶다. 또 배운다.

 

 

무뚝뚝한 학자라고만 생각했던 퇴계선생이 두향이란 기생과 애틋한 사연을 나눴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 두향이란 기생이 평생 퇴계를 그리워하다 퇴계가 죽자 뒤를 이어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 여정에 등장하는 스토리중에 연인을 그리워하다 목숨을 끊은 여인들이 등장한다.

영월 낙화암에서 몸을 던졌다는 관기 경춘이의 일화도 애틋하다.

 

춘향전이 그냥 구전소설이 아니라 실제 모델이 있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조선시대 실제 어사를 지냈던 성이성이란 선비의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후손들이 쉬쉬하는 바람에

늦게서야 밝혀졌다는데 당시 신분이 낮은 기생과의 사랑은 후손에게 부담이었던 것이다.

암튼 춘향전이 실제 이야기라는데 왜 내가 애틋해지는 것일까.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러브스토리 하나쯤은 있어줘야 멋있지 않은가.

 

실제 이 책을 누워서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 좀 아쉬운 생각마저 든다.

다시 짐을 꾸려 소개된 곳으로 떠나고픈 마음을 애써 눌러본다.

이렇게라도 잠시 여행을 떠나봤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하나. 기다려라 소쇄원, 죽녹원.

경춘이 죽었다는 낙화암에 가서 꽃이라도 물에 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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