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여성, 아무튼 잘 살고 있습니다 - 같이는 아니지만 가치 있게 사는
권미주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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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다니던 직장에 동료에게는 나이든 고모가 한 분 계셨다.

당시에 오십대 후반 쯤 이었던 것 같은데 일어를 잘해서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당시에 오십대 후반에 잡을 가지고 일을 하는 여성이 드물었던 때라 놀라기도 했지만

그 분이 싱글이라고 해서 더 놀랐던 기억이 있다.

젊은시절부터 통역일을 해서 돈을 아주 잘 벌었고 덕분에 조카였던 동료는 고모에게 용돈도

두둑하게 받으면서 잘 지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 나이가 들어가니 고모가 자주 아프셔서

병원에 모시고 다녀야 하는 게 영 부담스럽다고 하소연했다.

참 대단한 분이구나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싱글의 삶이 주변을 불편하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유독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결혼을

좀 일찍하기도 하고 아이도 여럿 낳아서 극복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래가 걱정일 정도로

출산률이 떨어져서 문제이다. 결혼은 선택이지만 아이는 낳아주면 안되려나? 괜히 이런 생각도 해본다.

실제 내 선배도 지금까지 싱글이지만 서른에서 마흔이 넘어갈 무렵, 그러니까 임신이 가능할 나이가

아슬아슬하게 넘어갈 무렵 아이는 낳고 싶다고 고백했었다.

당당히 비혼을 선언한 것은 아니었던 선배는 어쩌다 보니 짝을 못만나 어쩔 수없이 싱글로 살았다.

 

 

이미 부모님은 다 돌아가시고 형제들과도 뜨하게 지내던 선배는 가장 큰 걱정거리가 건강이었다.

누가 병원을 데리고 다녀야하는지 간병은 누가할지 그게 큰 걱정이었다.

주변에 젊어서부터 비혼을 주장하면서 혼자 잘 살던 사람들이 나이들어 건강이 나빠지면서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몸이 아프면 혼자라는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 돌봐줄 누군가가 필요해지는거다.

나도 아주 오랫동안 싱글의 삶을 잘 살았다. 하지만 지금 같이 살고 있는 상대가 있어 마음이 든든해졌다.

나이가 들어가니 건강도 나빠지고 등은 왜 그렇게 자주 가려운지...

물론 효자손이 있지만 손톱으로 박박 긁어주는 그 시원함에 비할 수가 없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비혼의 삶을 선택할 것 같다. 아이도 낳지 않고 그저 나 하나만 잘 살다가 가고 싶다.

그렇다고 지금의 삶이 후회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운명에 내가 개입해서 흔들고 싶지 않고 홀로 외로이 고고하게 살다가고 싶다.

여기 저자 역시 이런 비슷한 이유로 비혼을 선택할 것이 아닐까.

저자뿐만이 아니라 요즘에, 특히 경제가 안좋거나 사회가 불안할 수록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집 마련이 어려워서, 결혼자금이 없어서도 그 이유이겠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싱글의 삶이 더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금 딸아이는 서른 중반이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다. 딸이 어떤 삶을 선택하든 나는 지지한다.

비혼도 좋다. 다만 나도 아빠도 세상을 떠나고 나이 차이 나는 남동생도 자기 삶에 열중하는 미래의

어떤 날이 와도 외로워하지말고, 기댈 일도 없이 당당하게 살 자신이 있다면 좋겠다.

혼자 씩씩하게 밥도 잘 먹고 여행도 하고 병원도 다니는 그런 용기를 지금부터라도 잘 쌓아두면

좋겠다. 물론 평생 직장이란 개념이 없어진 요즘이니 아주 나이가 들어서도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

일을 준비하면 더 좋겠다.

 

나는 당당하게 홀로 스몰웨딩까지 올린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

그리고 10년 후, 20년 후에도 그 삶이 더 당당하고 멋있기를 바란다.

더 열심히 운동해서 건강을 유지하고 돈도 잘 벌어서 여행도 많이 가고 심심할 틈 없이 잘 살기를...

그리고 이런 책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비혼 여성, 지금까지도 잘 살고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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