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오늘도 너무 잘 샀잖아 - 확고한 기준으로 가치를 소비하는 이 시대의 생활비법
안희진 지음 / 웨일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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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가 이어지면서 경제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른 바 돈이 돌지 않는다.

'소비가 미덕'이라는 말도 있고 '절약'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지금 같아서는

억지로라도 소비를 좀 해야하는데 일단 나가지 못하게 하니 시장에 가도 텅텅 비었다.

덕분에 온라인 쇼핑과 배달업이 호황을 맞았다는데 역시 경기는 바닥이다.

 

                             

여기 '쇼핑왕'이 등장했다. 마구 사재끼는 미친 쇼핑왕이라기보다는 현명한 소비를 지향하는

나름 확고한 가치를 가진 경제를 이끌로 가는 역군이다. 본인만 그렇게 생각하는건지는 모른다.

암튼 책에 등장한 사재기를 보면 나도 같이 지르고 싶어지는 따라쟁이가 된다.

그러다가 쪽박신세가 될까봐 실제 저지르지는 못했지만 검색은 나도 꽤나 했다.

대세 아이템을 건진 얘기며 동네에서 슬슬 걸어서 나갈만한 곳에 있는 술집까지 꽤 상세한

지르기 이야기가 퍽 재미있다.

 

                            

자신만 사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사재기꾼이란 오명을 씻으려고 하는지 쇼핑지르기에

사람들을 자꾸 끌어들인다. 그리고 정말 잘 샀다고 피트백이 오면 느끼는 포만감이라니...

하긴 나도 가끔은 필요한 제품이 있는데 어떻게 알뜰하게 현명하게 질러야 하나 고민이 많다.

그럴 때 요런 친구하나 곁에 있으면 참 도움이 될텐데.

 

                             

아주 어릴 적 여고시절, 친구들에게 나는 서른까지만 살겠다고 큰 소리를 친 적이 있었다.

왜 서른이었는지, 김광석의 노래때문이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막연하게 서른 정도면 '어른'이란

소리를 듣는 나이라고 짐작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되기 싫었던걸까.

저자가 어른의 쇼핑을 얘기하는데 문득 추억에 잠겨본다. 그리고 정말 마트에 갈 때는 배고플 때

가면 안된다. 이런 현명한 쇼퍼라니...

 

                          

그나마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직장에 안착해 있으니 정말 다행이다. 아직 취준생이거나

비정규직에서 허덕이는 사람이었다면 이런 지르기는 어렸웠을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막 지르고 다니면 엄마한테 안 혼나나? 매월 월급을 받으면서도 아직 적금 하나

넣지 못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혀를 차는 나라면 월급통장을 빼앗았을지도 모른다.

하긴 서른 넘긴 성인 딸의 경제활동에 왈가왈부하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나름 확고한 기준으로 소비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위안이 된다. 제발 통장만 너덜너덜해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 책이 빵구난 카드값에 도움이 되길 바라겠고 덕분에 글을 더 잘써서 유명한

작가가 되어 소설같은 작품으로도 만나고 싶다.

잘써야 잘 지를테니 응원이라고 팍팍 보내야지.

소확행의 삶에서 '확'을 선택한 용기가 참 가상하고 어차피 지를 것 빨리 질러서 즐기자는

주의에 살짝 공감을 얹어본다. 뭔가를 고르고 담고 지르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행복한지.

읽는내내 나도 행복했다. 내 통장 빵구나는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어차피 살 거 망설이지 말고 늦게도 말고 빨리 질러서 빨리 행복해지자. 그럼.

쇼핑의 팁을 전해주는 책인줄 알았는데 행복의 팁을 전해준 것 같아 즐거웠다.

글도 제법 잘 쓰네. 원래 똑똑한 사람들이 뭐든 잘하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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