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밥 - ‘한국인의 밥상’에서 찾은 단짠단짠 인생의 맛
김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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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심으로 산다'는 말은 아마 한국에만 존재하는 말일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쌀은 생명처럼 소중했을 것이고 그렇게 지은 밥은 귀하디 귀한

먹거리였을 것이다. 요즘 쌀이 남아 돈다고 하지만 역시 우린 밥심으로 살아가는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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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영원한 이장님 최불암이 진행하는'한국인의 밥상'은 늘 빼놓지 않고 챙겨보는

애프로그램이다. 전국 팔도를 넘어서 가끔 다른 나라에까지 가서 한국인의 밥상을

취재하는데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음식이 있었나 싶다.

단순히 음식의 종류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에 깃든 역사나 사연이 소개되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는 아주 휴머니즘이 넘치는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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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작가라 하면 나는 제법 전문직이라고 생각했었고 대접도 괜찮겠다 싶었는데 프로그램

말미에 이름 한줄 올라가는 걸 빼곤 그닥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 없어서 이력서 한 줄 쓰는데도

애로점이 있는 줄은 몰랐다. 유명한 '한국인의 밥상'을 취재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고 취재를

부탁하고 글까지 써서 엄청난 기여를 했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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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신의 여정과 함께 한 사람들과 음식을 소개하는 일이었다.

귀촌한 부모님의 심정을 오히려 한국인의 밥상에서 만난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되었다는지

가족간의 사랑같은걸 알게 되었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나도 그 장면들을 보면서 뭉클뭉클 가슴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이 참 많았다.

그런 이야기를 발굴해서 전국의 시청자에게 소개했던 작가라면 참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따뜻한 감성이 프로그램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늘 기억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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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조직내에 여러사람들과 부딪히고 비인간적인 행동이나 말에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뻔히 보이는 자작극으로 과시하려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상대방에게 비수를 꽂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그런 사람들과 한솥밥을 먹어야 한다는 사실에 절망하게도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정을 멈출 수 없다. 우걱 우걱 밥을 먹고 다시 살아야 한다.

 

나도 섬에 살고 있지만 섬이 많이 소개되었다.

'물캇'이 정확히 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10년 넘게 섬에 살고 있지만 해초종류가 영 헷갈린다.

톳밭도 아직 해먹어보지 못했는데 소개된 물캇과 거북손을 넣고 곧 캐게될 고구마까지 잘 넣어서

'물캇 냉국' 시원하게 말아먹어야 겠다. 섬에 사는 특권이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구해줘, 밥'이라는 제목에는 여러 의미가 있어보인다.

우리가 먹는 '밥'의 종류를 찾아 알려달라든 의미도 있겠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누군가에게

간절히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리고 싶은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더 간절하게 '밥'을 벌어보겠다는 의지도 곁들었겠지.

 

김훈 작가는 '밥벌이의 지겨움'이란 말에서 산다는 것, 밥을 번다는 것의 고단함을 얘기했다.

누구든 세끼 밥을 먹어야 하고 그 밥을 벌기 위해 때론 처절하게 때론 용감하게 세상과

맞서야 한다는 것을 안다. 엄마가 차려주었던 갓지은 밥은 그래서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앞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좋은 작가로 만났으면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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