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은 여자의 일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김도일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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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추리물의 작가들은 남자이다. 일본은 유독 추리작가들이 많은 편인데

이 소설의 작가는 초기작가로 기자출신답게 조금은 자유분망한 삶을 살았던게

아닌가 싶다. 그녀의 죽음조차 파격적이다. 술에 취해 낙상을 해서 죽다니 말이다.

그녀가 이 작품들을 쓸 무렵은 60~70년대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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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일본의 여성의 자리는 상당히 고루했을 것이라고 짐작되는데 8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보면 첫 편 '살인은 여자의 일'에 등장하는 베테랑 편집자를 빼면 늙은 가수와 창녀,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주부등 당시에 주목받지 못한 여성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사회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바람피는 남편곁에서 묵묵히 견디고는 있지만 살의를 가진 아내, 그리고 그런 못생긴 아내를

둔 남편을 사랑하는 독신녀. 모두 드러내진 않고 있지만 악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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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기고 멋진 남자가 못생기고 격이 떨어지는 아내와 살고 있다면 그 남자를 뺏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일까. 베테랑 편집자인 시카코는 미스터리 소설을 쓰고 싶어하는 신생작가

신이치를 보자마자 반하고 만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보자 살의를 느낀다.

도대체 저런 멋진 남자 곁에 왜 저런 못난 여자가 들어앉아 있는 것인가.

신이치의 곁에 의도적으로 다가가 그의 아내의 과거를 고자질 하는 순간 시카코는 통쾌함을

느꼈지만 그게 자신을 파멸의 길로 이끌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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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다. 부잣집 사모님에 미모를 갖추긴 했지만 저급하기 이를 데 없다.

매일 전화로 자신을 모욕하는 그 여자를 만나보기로 했던 여자는 서둘러 파티에서 나오면서

그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그녀가 지나갈 길목에서 큰 돌멩이를 들고 기다리는데..

후에 그 저급한 여자가 죽었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 자신이 들었던 그 돌멩이가 자신을 구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여자는 평화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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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한 학자의 아내은 이제 서른을 갓넘긴 아기 엄마다.

하루종일 반짝반짝 살림을 하는 것이 그녀의 일과다. 무뚝뚝한 남편과는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다만 반 년에 한 번정도 일탈을 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위로다.

후줄근한 옷을 벗어 던지고 마치 신데렐라처럼 변신해서 나이어린 연인을 만나러 간다.

그렇게 짧은 하룻밤을 즐기고 돌아와 자신이 새하얗게 빨아서 꼼꼼하게 꾸민 침실에서 발견한

머리카락. 자신의 것은 분명 아니다. 반 년에 하룻밤 잠시 집을 비운 그 순간에 자신의 침실을

다녀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단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에게는 채우지 못한 갈망들이 느껴진다.

여자로서 순종하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견디면서도 드러나는 조용한 갈망과 살의같은 것들.

실제로 그녀들은 누군가를 죽이기도 하고 조용히 견디기도 한다.

아마도 작가 자신도 그런 시간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러다가 어느 날 술로 자신을 죽이고 만

그런 못견딤 같은 것들이 느껴진다. 우리 속담에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세상에 드러나는 살의는 남자가 더 많겠지만 숨은 살의는 여자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그러니 건드리지 말고 조심하자 남자들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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