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 (Jewel Edition) 연시리즈 에세이 1
이제 지음 / 행복우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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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이란 괴물은 자신이 살아야할 틈새를 기막히게 알아내는 재주가 있다.

더구나 막무가내인지라 원하지 않아도 집을 짓고 정신을 파먹는다.

물론 어떤 이들은 이 '우울'이 작품으로 승화되기도 하고 잠시 쉬어가는 휴식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 한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이제'라는 저자도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 같다. 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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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너무 외롭다. 흔히 불러주는 것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는 사람들이 너 많은데

옷을 챙겨입고 나서도 갈 곳이 없다니...너무 쓸쓸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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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쓸쓸함을 글쓰기로 극복해낸다. 분명 이렇게 쓰지 않고는 배기지 못할 외로움이 있었을테지.  결국 세상에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고비 하나를 넘은 것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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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랫동안 휴대폰도 갖지 않을만큼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지만 혹시라도 그것조차 폐가

될지도 모른다고 할만큼 여린 심정을 가진 사람이다.

여전히 불안해보이고 아파보이는 것은 왜일까. 그럼에도 미래의 자신에게 다독거릴 수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도 결국 미래의 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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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책을 정리할 때 오래전이라고 하기에도 너무 먼 거의 40년이 넘은

사전이 그득한 박스를 발견했다. 당시에 난 이 사전을 사기 위해 청계천 헌책방을 무수히 돌아다녔을 것이다. 그리고 두툼한 영어사전과 국어사전, 옥편을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책상위에 모셔두고 한동안 머리속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애물단지가 되어 보관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요즘엔 사전이 필요하지 않다. 휴대폰 검색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어느 날, 사전을 훔쳐 서점 주인에게 맡기고 차비를 빌려간 도둑도 있었다.

그 시절 책은 돈과 같은 존재였다. 사전 뿐만이 아니라 전공서적도 수시로 맡겨지던 시절이었다.

그 때는 가난했었는데 부끄럽지는 않았다. 지금은 넉넉한 것 같은데 허허롭다.

 

어떤 것들은 시간에 따라 가치가 올라가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한다.

사람도 그렇다. 나이 들어 가치가 올라가면 좋으련만 기억력 감퇴처럼 자꾸 떨어지는 느낌이다.

아직 젊으니까. 아파도 견디다 보면 좋은 시간이 온다는 걸 경험으로 난 안다.

옷을 입었으나 갈 곳이 없다해도 어디든 한 번 떠나보라. 가지 못할 곳은 없다.

살아있는 동안 닿을 수 없는 곳이 너무 많으니 누가 불러주지 않는다 해도 못갈 이유가 무엇인가.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 긴 장마가 끝나고 태풍이 오더니 갑자기 바람이 차다.

이렇듯 인간은 세속에 흔들리는데도 시간은 무상하다. 그게 삶이다. 외롭다는 것은 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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