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베카와 결혼한 샘은 감정 기복이 심하고 완벽하려고 하는 레베카와의 결혼생활이 조금
불안했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이 뇌수막염에 걸려 청각을 잃자
레베카는 무너져 내렸다. 알콜중독에 빠져 허우적 거리면서 여전히 딴 여자를 마음에 두고
사는 샘을 저주한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의 길로 접어드는데..
사랑이 뭘까. 결혼은?
읽는내내 자유분망한 프랑스 여자의 사랑법과 자신만의 성으로 상대를 가두고 싶어하는 남자의
심리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때는 1970년대 중반이었고 다소 보수적일지도 모르는 시대임에도
충분히 파격적인 사랑이었다. 사랑과 결혼은 별개이고 섹스와 사랑 역시 별개라는 의식은 참 낯설었다.
아마 지금 젊은 세대라면 얼마든지 당연한 사고이겠지만 고루한 내게 두 사람의 사랑은 조금 무거웠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기적이면서도 자신의 열정을 이어가는 이자벨에게 조금 부러운 마음까지 든다.
양쪽 손에 든 떡을 기어이 다 차지하겠다는 이기심은 어쩌면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벽일지도 모른다.
오랜 그리움과 뜨거운 섹스와 막을 수 없는 열정이 가득한 삶도 언젠가 끝난다.
이자벨과 이별하고 돌아서는 비행기안에서 샘은 긴 잠에 빠진다. 마치 오랜 여정을 끝낸 사람처럼.
그리고 새로 시작한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행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샘은 사랑을 다시 시작할 것이고 만약 그 사랑이 떠난다면 또 다시 시작할 것이다.
인생이란 사랑없이 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므로. 사랑이라고 믿었던 모든 것이 허무로 끝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섬세한 사랑의 심리와 표현이 놀랍도록 리얼해서 다시금 더글라스 케네디답다
생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