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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체인
에이드리언 매킨티 지음, 황금진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평점 :
이 소설의 이야기가 너무 충격적이라서 정말 체인같은 조직이 있다면 생각만으로도 쇠사슬이 묶인 것 같은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온다.
선한 얼굴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중에는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가해자와 피해자같은 사람들이
어울려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선한 얼굴의 악인을 알아볼 수만 있다면 세상은 살아갈만 한텐데.
하버드 출신의 지니어스 레이첼은 암흑과 같은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일어서는 중이다.
잘생긴 변호사 마티와의 결혼생활을 끝장이 났고 유방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보물같은 딸 카일리가 납치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 여자는 그랬다. 자신이 카일리를 데리고 있다고. 2만 5천달러를 보내면 아이를 풀어주겠단다.
그런데 돈만 보내면 되는 일이 아니다. 또 다른 아이를 납치해서 그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란다.
이렇게 레이첼은 체인의 덫에 걸려 들었다. 무작위로 선정된 것은 아니었다. 딱 체인의 맘에
들었던 대상이었다. 레이첼과 카일리가.
돈도 없었고 암으로 투병중인 약한 여자였지만 엄마로서 레이첼은 강했다.
그래서 그 여자가 시키는데로 은행에 가서 돈을 대출받아 비트코인으로 바꾼 후 송금했고 납치할 아이를 물색했다. 도저히 혼자힘으로 해낼 수가 없어 마티의 형인 해병대출신의 피트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라크에 파병중 비극적인 사건으로 불명예제대를 한 피트는 마약에 중독이 되었지만 조카인 카일리만은 절대 불행에 빠지게 둘 수 없었다. 그래서 피트는 총을 잡는다.
도대체 이 체인이란 조직은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자신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를 납치해서 상납하는 조직이라니.
레이첼은 자신이 범죄자가 될 줄 전혀 몰랐다. 사랑하는 딸을 구하기 위해 다른 아이를 납치하고
구금하고 협박을 하다니. 하지만 레이첼은 그렇게 했고 카일리는 풀려난다.
하지만 체인의 조직에 걸려든 사람은 절대 체인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언제라도 조직에 관한 이야기를 하거나 배신을 하면 댓가가 따라온다.
레이첼은 생각한다. 나처럼 체인에 걸려든 억울한 사람들이 또 있지 않을까.
레이첼은 납치되었던 트라우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과 피트와 카일리를 위해 체인의
사슬을 끊어버리겠다고 결심한다.
그렇게 시작된 체인과의 전면전!
내 아이가 납치되었다면 나도 레이첼처럼 돈을 보내고 또 다른 아이를 납치해서 아이를 찾겠다고
할 것이다. 부모라면 누구나 그렇게 할 것이다. 그래서 체인은 사슬이 끊기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조직을 유방암 투병중인 연약한 레이첼이 끊어낼 수 있을까.
늘 그렇지만 체인의 수장은 전혀 뜻밖의 인물이었다.
그것도 레이첼과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작가는 2012년 멕시코시티에서 벌어진 피해자 교환납치사건에서 이 소설을 구상했다고 했다.
체인같은 사건이 실제 있었던 셈이다. 가족간의 끈끈한 사랑을 이용하여 범죄를 일으키는 악당을
이 소설에서라도 끊어내고 싶었던 것같다.
현실에서는 여전히 악당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범죄를 저지르고 잘 살아간다.
우리는 과연 그 사슬을 영원히 끊어내지 못할 것인가. 문득 그런 섬뜩함이 밀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