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뜰 - 소설가 전상국이 들려주는 꽃과 나무, 문학 이야기
전상국 지음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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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 내려와 산지 10년! 먹는 풀이 뭔지도 몰랐던 내가 지금은 자그마한 텃밭을 일구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맛보고 있다.

먹을 수 있는 풀들은 왜 이리 나약하고 먹을 수 없는 풀들은 강하다는 진리를 깨우쳤다.

정말 손바닥만한 땅인데 뽑아야 할 잡초는 아프리카 초원처럼 아득하다.

 

 

                          

 

강원도 감자바우 태생의 전상국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작가란 어떤 눈을 가지고 사물을 바라다

봐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내가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부족했던 점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중3때 선생님으로부터 "이 새끼가 문학가가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는 말을 들었던 소년은

문학계의 거장이 되었다. 그러니 참 장 지진다는 소리 함부로 하면 안되겠구나. 그 선생 큰일날뻔했네.

 

 

                             

 

40년 생이니 전쟁도 겪었겠구나. 그 기억들이 작품속에 고스란히 녹아들 수밖에.

사실 문학가들의 작품을 읽다보면 그네들의 인생들이 보인다.

아무리 지어낸 얘기라고 하더라도 보인다. 그래서 어떤 작가는 작품으로 만날 때가 더 좋다.

실제 작품속에서 그려낸 상과 다르면 너무 실망스럽다. 주변에 그런 작가가 있다.

하긴 세상을 보는 눈이 예민하고 감성적인 작가라도 인성까지 좋으라는 법은 없으니까.

 

 

                        

 

어린 나이에 등단한 작가가 선생이라는 직업에 속하면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이야기며

운좋게 다시 강원도의 대학에 교수로 들어가 도시의 허무함을 해소했다는 얘기까지 듣자니

천상 강원도 감자바우가 딱이구나 싶다.

유독 김유정에 대한 사랑으로 많은 사업을 일구었다니 그와의 인연도 남다르구나 했다.

 

 

                         

 

나도 저자처럼 언제 씨를 뿌려야하는지 몰라 늘 늦게서야 파종을 했다. 그러니 소출이 시원치 않았다.

자연의 시간들은 누가 정한 것인지 대단하다. 알아서 자라고 알아서 열매을 맺는다.

화초를 좋아하는 아내덕에 늘 곁에 화초가 있었다니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싶다.

오늘 해바라기 곁에 책을 놓고 사진을 찍으면서 그랬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이 꽃도 찬바람이 불면 지겠지만 따뜻한 어느 날이 오면 다시 피겠지."

인간이 위대하다 하지만 유한하므로 겸손을 배우는 것처럼 자연앞에 잠시 숙연해졌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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