命의 소모 - 우울을 삼키는 글
이나연 지음 / 메이킹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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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집이라고 해야하나 시집이라고 해야하나 에세이?

장르는 잘 모르겠지만 오래전 추억들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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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던 인생은 없었겠지만 책에서 쓸쓸함과 아픔이 전해진다.

무엇이 이리 아프고 외로웠을까.

나를 낳아준 부모도 사랑하는 친구도 나눌 수 없는 고통이 있다. 순전히 홀로 이겨내야 할 뭔가가.

그래도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어 다행이다.

언뜻 어느 시절 억지로 글을 써야했던 시간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그 때의 시간들이 이 책을

엮을 수 있는 힘을 준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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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를 허접하게 보는 것도 괴롭지만 채울 수 없는 것들을 바랄 때 그것도 괴롭겠다.

그렇다고 죽고 싶어지면 어쩌나. 아까운 사람들이 그 순간을 이기지 못하고 그 길을 선택했었다.

그리고 남은 이들은 내내 그 아픔을 짊어지고 가고 있다. 그러니 그냥 부대끼면서 같이 살아보자고

나는 손을 건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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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내가 떠난 후를 상상해본다.

남은 이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해줄까. 그리워는 해줄까. 혹시 잊혀지면 어쩌지.

그리고 영화속 장면처럼 사람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을 지켜보는 나를 상상한다.

죽고나면 모두들 어디론가 간다고 하는데 떠나지 못하고 남아서 그들을 지켜봐야 한다면

그게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상상.

이미 죽어버린 나는, 육체가 없는 나는.....이라는 말에 울컥해진다.

나도 언젠가 그런날이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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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계절이지 기억은 없는데 그가 떠나고 남겨진 나는 불빛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지만 그 순간은

내치지만 말아달라고 매달리고 싶었다. 참 어리석었지.

미몽에서 깨어나 다시 살아보니 웃을 수도 있는 날이 오더라고 말하고 싶다.

처절하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고 더 없이 비참해져서 다시 살 힘도 없는 그런 날이 오더라도

선배가 말해주지. 다 지나가더라. 어쩌면 그렇게 나를 버려주었기에 더 행복한 길을 갈 수도

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니 절망하지도 말고 포기하지도 말라고.

 

제목이 심상치 않다. 생명을 소모시키는 일은 누구에게나, 시간이 하는 일이다.

인생이 어찌 찬란하기만 할것인가.

이 산문집은 살다보니 토해내야 할 마음의 조각들은 담은 책이다.

그래서 쉽게 읽혀지면 안되는 책.

그저 위안이라면 누군가도 어제의 나처럼 많이 아팠고 아프고 있구나 나만 혼자가 아니었구나

하는 동지애랄까. 잠깐 나도 그 시간들을 이렇게 남겼더라면 좋았을 걸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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