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구석 역사여행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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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이 있다면 난 역사책 몇 권을 들고 책에 기술된 역사의 현장에 뛰어들고 싶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간에 과연 어떤 일들이 있었을지 난 매번 궁금해진다.

그 호기심이 나를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역사를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난 같은 책을 두 번 봐도 늘 가슴이 설렌다.

 

                           

이 책은 아주 흥미롭게도 권역별로 나누어 마치 여행을 떠나는 느낌을 담았다.

서울에 살면서는 빤히 보이는 남산도 거의 가볼일이 없었듯이 가까이 있는 곳들은

오히려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곳들을 보니 얼른 달려가고픈

마음이 든다. 학교 다닐 때 서너 번은 소풍을 갔던 서오릉이 숙종과 그의 비들이 묻힌 능이었다니

새삼 그 때 역사를 많이 공부해서 가봤더라면 달리 보이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숙종은 조선의 왕중에 아주 잘생기고 여자로 인해 풍파가 많았던 왕으로 기억한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은 이미 드라마도 여러번 만들어졌지만 앞으로도 또 만들어질 것같다.

숙종은 먼저 세상을 떠난 두 번째 부인 인현왕후의 능을 만들면서 자신이 들어갈 자리를

만들라고 명을 내렸다고 한다. 장희빈을 대신 왕후로 앉히면서 쫓아냈던 부인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서였을까. 어쨌든 숙종은 죽어서도 3명의 왕후화 1명의 후궁을 데리고

묻혔으니 행복한 왕이라고 해야할지. 사약을 받고 죽은 장희빈은 사후에도 한 곳에

머물지 못하고 여러곳을 전전하다 나중에야 자신을 죽인 남편의 곁으로 와 묻혔다.

살아서 한 때 권세를 누렸던 장희빈이 일반 사대부의 묘소만도 못한 모습으로 누웠으니

세상만사 참 알 수가 없다.

 

                        

다음 달 휴가를 받은 딸과 방문하게 될 군산에 대해 유독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군산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숱한 물자가 실려나간 항구였고 일인들이 살던 마을과 흔적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일인들이 지은 절이 있다니 꼭 한번 방문하고픈 생각이 들었다.

자재까지 일본에서 들여와 짓고 그 절이 마치 자신들이 조선에 식민지를 세운 표지처럼

생각했다니 울분이 끓어오른다.

 

                             

일본이 우리의 역사에 저지른 만행이 한 둘이 아니지만 선조때 조선을 침략한 일본군이 쌓은

순천왜성이나 동국사처럼 그들의 만행의 흔적들을 남겨놓은 것은 진실된 역사를 바로 알기위해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승전의 역사만을 남길 수는 없다.

부끄러운 역사도 바로 알려서 뉘우치고 반복하지 않아야 하는 숙제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소개해준 역사의 현장들은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미처 알지 못한 곳도 많았다.

추사 김정희가 말년에 과천에서 지내던 과지초당이나 조선의 왕들이 아꼈다는 서울에 옥천암은

정말 기억해야 할 곳이다.

 

재작년 친구와 함께 홍천을 여행하다 들렀던 수타사가 그런 깊은 역사가 담겨있는 줄 몰랐다.

그러기에 어디를 가든 무엇을 보든 많은 것을 알고 들여다보면 지난 시간들을 되짚어 갈 수 있었는데 흘낏 주마간산식의 스쳐감이 너무 아쉬웠다.

다음 달 여행에는 순천왜성과 군산 동국사를 방문지에 넣어야겠다.

전주한옥마을을 방문하면서 들렀던 경기전에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전주사고가 있었다니

그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싶다. 전주사고를 지켰던 오희길과 손홍록이 없었더라면 그 귀한 실록이 남아있지 않았을테니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든다.

 

코로나19사태로 방구석에 있는 날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책 한권으로 과거의 시간으로 날아가 두루두루 알찬 여행을 한 느낌이다.

저자가 그랬듯이 어린 아이들과 이렇게 뜻깊은 곳들을 여행하면 참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다.

소개되지 못한 많은 곳들을 더 많이 알려주는 다음편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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