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큰 축복 - 성석제 짧은 소설
성석제 지음 / 샘터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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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는 이야기꾼이다. 한 때 모기업에 들어가 착실하게 직장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타고난 끼는 어쩌지 못하고 글쟁이가 되어 밥도 벌고 여행도 벌고 자전거도 벌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내가 만나본 성석제는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함속에서 간혹 번뜩이는

기지가 보였고 재간꾼이라는 것을 얼른 알아볼 수 있었다.

그간 샘터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출간된 이 책은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가 더

맞을 것 같았다.

 

                      

물론 작심하고 지어낸 글도 있겠지만 언젠가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여행을 즐기는 그가

여러곳을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도 나오고 자전거 타기를 즐기면서 얻은 에피소드도

등장한다. 지인들과의 재미있는 일상도 나오는 것이 영 소설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에

가까운 글들이다. 어쨌든, 소설이든 에세이든 재미있다. 초반에 너무 웃어서 눈물을 찔끔

걸릴 정도로.

 

                       

얼마나 학생들을 팼으면 '펠레'라는 애꿎은 축구선수의 이름을 별명으로 달고 있는 선생의

이야기는 참 눈물없이 볼 수가 없다.

초반 잠시잠깐 시곗줄을 풀고 마대자루로 애들을 패대던 중학교때 어떤 자식이 생각이 났지만

심기가 불편한 선생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패줄까 꺼리를 찾는 장면에서는 은근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다. 그리고 결국 막판에서 뒤집어지고 말았다.

'주번'대신 '구번'이 나온 사연에서 말이다. 더구나 반장이 씹던 껌은 또 어떻고.

"니, 이, 반, 에, 뭐, 냐. 고, 오!"

궁금하다면 꼭 읽어보시길....웃다가 눈물에 빠져 죽어도 난 모름.

 

                         

아마 작가는 정말로 '산소'같은 여자, 아니 강아지를 키우는 것 같다.

반려견을 키우는 아빠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 고스란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도 우리 강아지를 키우기 전에는 건너편 동에서 들려오는 개소리에 심하게 화를 내곤

했었다. 창을 열고 살아야 하는 여름이면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 강아지가 옆집에 스트레스를 줄까봐 걱정하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

'개보다 못한 인간'이 넘치는 세상에서 오로지 사랑으로 보답해주는 녀석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특히 개보다 못한 인간일수록 개를 키워봐야 한다.

자기가 뭘 잘 못하고 살아가는지를 개에게 배워야지. 암.

 

                       

감자나 고추의 원산지가 남미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생강의 원산지라...

그것도 남미려나. 진저와인이 많이 만들어지는 영국쪽? 좋지도 않은 머리를 막 굴려가며

답을 생각해 내려고 애썼는데 쩝. 거기서 왜 은희의 '꽃반지 끼고'가 나오냐고.

 

바로 이런 익살이 성석제 답다.

웃을 일이 없는 요즘이다. 도대체 이 놈의 바이러스는 언제 물러갈꺼며 경제는 또 어쩔껴.

그래도 이렇게 한바탕 이야기꾼의 넉살에 웃을 일이 생겼다.

심각한 소설보다 요런 이야기 책이 더 끌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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