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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도 돌아가고 싶은 그때가 된다
박현준 지음 / M31 / 2020년 5월
평점 :
책이 한 권 내 품으로 들어오면 한 사람의 인생이 들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한 사람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글 속에서 글쓴이의 모습과 성격이 그대로 전해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보통사람의 섬세한 감정들이었다.
누구든 살아가면서 느낄 모든 것들을 이렇게 글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얼마나 섬세한 사람인지 알게 된다.
또 누군가는 제일 귀한 금은 무엇인가라고 물어왔다. 답은 바로 '지금'.
지금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고 또 이미 세상을 떠난 누군가가 원했던 시간임을 깨닫는다면
어찌 허투루 날려보내겠는가. 그래서 이 제목이 퍽 마음에 든다.
가수 윤상을 숭상하고 배우 김윤석을 좋아하고 비는 몹시 싫어한다는 이 남자의 일상을
들여다보니 재미도 있고 내 아이의 나이와 비슷한 또래들의 삶을 알게 되었다.
홍대 앞 카페에서 책읽기를 좋아하고 이별도 경험한 평범한 남자의 일상이 글이 되니 참
멋들어진다.
아직 결혼전이고 서른을 갓 넘은 나이이니 '아저씨'라고 불리기에는 억울하겠다.
하지만 언젠가 '아저씨'라고 불리울 무렵까지 청춘을 아낌없이 소비하겠다는 일갈이
멋지다. 그래야지 정작 지나고 보면 아낌없이 소비하지 못한 일들이 있기 마련이니.
한창 젊음이 싱싱할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다니. 퍽 깊은 심도를 지닌 젊은이가 아닌가.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죽지 못할까 걱정을 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지금'을 얼마나 소중히
보내겠는가.
나도 종교가 없다. 종교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종교를 자기식으로 해석하고 살생을 일삼는
인간들이 문제지. 나는 죄짓는 일들을 부끄러워 종교를 쳐다보지 못하겠다.
그냥 종교없이 마구잡이로 살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이 젊은이의 무교를 지지한다.
다만 종교를 다시 가진다고 해도 응원한다. '종교'없이도 잘 살아갈 젊은이지만 말이다.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책을 중고서점에서 만나고 그 책을 내다 팔았던 누군가를 아쉬워하는
마음을 보니 참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겠다 싶다.
좋은 인연을 만나 청춘을 왕창 소비하기를.
자신을 위해 생선가시를 발라서 수저에 얹어주는 마음 깊은 인연을 꼭 만나기길...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참 섬세한데다 글솜씨가 상당하다.
언젠가 서른 무렵부터 마흔의 이르는 삶의 이야기도 기대한다.
살아보니 그 시간들이 가장 정점이었던 것 같기에. 멀리서 응원의 마음을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