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0.6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0년 5월
평점 :
품절


계절의 여왕 5월이 무심하게 지나갔다.

행사도 많고 모임도 많은 가장 바쁜 달인데 코로나사태로 우물쭈물하다가 어이없게

물러나고 만 것이다.

집콕에 질린 사람들이 하나 둘 거리로 나서면서 시름도 깊어진다.

과연 이제는 괜찮아지는걸까.

 

           

장미는 아직 요염함을 버리지 않았는데 세상은 우울하고 언제 이 시름이 걷힐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세상은 그럭저럭 돌아가고 있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그래서인지 수묵화로 그려진 표지의 꽃그림이 비장하게 다가온다.

 

                       

이달의 특집은 '그 때 그 길을 선택했다면!'이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내가 만약 그 때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하는 아쉬움.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인생에 늘 따라붙는 것을 보면 분명 내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길들이 사실 운명이었던 것 같은 순간들이 많았다.

갱년기의 힘든 고비를 시(詩)로 극복했다거나 법관이 되고 싶었던 사람, 그리고 드라마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쓰는 능력보다는 보는 능력이 탁월해서 변호사가 되었다는 사연이 재미있다.

 

                   

엊그제 텃밭을 정리하고 모종을 심으면서 도대체 저 잡풀중에 뭔가는 먹는 풀이 있긴 할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땅에 납작하게 붙어서 자라는 뾰족한 풀이 있었는데 그게 알고보니 세발나물이었다.

시장에서 본 것도 같고. 이곳이 바닷가니 세발나물이 잘 자라는 곳이 분명하다.

그런데 잡풀인줄 알고 모두 뽑아버렸다. '할머니의 부엌수업'에 소개된 세발나물부침개라도 해먹었다면 얼마나 맛났을까. 이번호에 소개된 할머니는 여수분이셨다. 오래전 고향을 떠나 서울에 둥지를 틀고 사시면서도 고향음식을 못내 그리워하셨던가보다. 일부러 경동시장까지 나가 세발나물을 사서 고향음식을 해먹을 정도로.

 

 

                     

텃밭에 모정을 심고 보니 봄비가 간절히 그립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으니 열심히 물을 뿌려주어야한다.

샘터 시조에는 나와같은 마음들이 담겨있다. 실로폰의 낭낭한 소리처럼 모종을 살찌우는 모종비부터 봄비 답지 않고 주룩주룩 내리는 빗줄기가 장문의 편지처럼 들리기도 하고.

짧은 시어속에 마음을 담는 솜씨들이 비범하다.

 

올해는 시간이 빠른 것도 같고 느린 것도 같이 반 년이 흘렀다.

마치 누군가 시간을 빼앗아 간 느낌이다.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너무 무상해서 올해 2020년은 버린 시간이 될 것만 같은 조바심이

인다. 남은 반 년의 시간은 제발 알차고 편안하고 건강한 시간들이길 빌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