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죽을 때 무슨 색 옷을 입고 싶어?
신소린 지음 / 해의시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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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그나마 '겸손'이라는 미덕이나마 발휘하고 사는 것은

불멸이 아닌 '죽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는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라고도 하고 몇 년전부터는 죽음에 관한 책들이

많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백세 시대에 노후나 죽음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원인인 듯 하다. 어쨋든 모두 죽는다.

 

  

이북이 고향으로 추정되는 우리 엄마는-어려서 기차역 앞에서 미아로 발견된 관계로-자신의

고향은 물론 부모조차 알지 못한다. 어린 소녀는 수양엄마 밑에서 섧고 외로운 시간을 견뎠다.

그리고 이북에서 홀로 남하한 아버지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양쪽 다 부모님이 계시지 않아서 그랬는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게 평생 한이라 족두리 쓰고 결혼식 한 번 해보는게 소원이었는데 아버지가 먼저 하늘로

떠나는 바람에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난 엄마가 죽으면 삼베옷 대신 예쁜 웨딩드레스를 입혀드리겠다고 약속했다.

 

                     

9순의 할머니와 7순의 엄마, 그리고 이 책의 저자이면서 4십대인 딸의 이야기에 감동가 재미가

제대로다. 맛깔나는 전라도 사투리까지 생생하게 재현된 글솜씨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5센치 효도'로 시작된 아수라장! 뭔고 하니 9순인 할머니를 위해 문지방 공사를 했는데

그만 5센치를 높이는 바람에 할머니가 그 턱에 넘어져 골절을 당하고 말았다.

이후 할머니가 간병이 시작되었고 더불어 10년 전부터 왔다갔다 했던 정신마저 더욱 혼미해져

치매까지 겹쳐진 상황이 되었단다.

그런데 저자의 엄마인 7순의 딸의 간병일기가 안타까우면서도 기발하다.

효도포인트제라니! ㅋㅋ. 물론 이웃의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긴 했지만 정말 제대로 된 '효'

돌려막기가 아닌가. 이런 돌려막기 환영!

 

                          

한 어머니가 열 자식은 키워도 열 자식이 한 어머니를 부양하기 힘들다는 얘기처럼 막상 병상에

누우면 간병인 없이 돌봐드리기 어렵다. 다들 자신의 자리에서 살아가기 때문이다.

일상을 작파하고 간병을 못하니 결국 요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낯선 요양원 생활이 혹시라도 더 나쁜 결과가 생길까봐 7순의 늙은 딸은 기어이 집으로

모시고 돌아와 지옥같은 간병을 시작한다.

그래도 효도포인트제를 생각해내서 위기를 극복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리고 할머니를 돌보면서 자식들은 비로소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언제가 죽을 때인지 본인이 잘 모를 때에는 꼭 얘기해주라던가 연명치료는 하지 말라거나

심각하게가 아니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얘기하는 장면에서는 무슨 축제에 대한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딸을 자꾸 낳는 바람에 넷째 딸 이름을 남자이름처럼 짓다보니 20세 무렵

입영영장이 날아왔다는 소리에 나도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남존여비가 극심하던 시절 딸 많은 집 딸들은 참 마음 아픈 일이 많았겠다.

그래도 지금 그 딸들이 있어 9순의 어머니는 고난중에도 행복함을 누리고 계시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는 자신의 장례식날 장송곡 대신 행진곡을 틀어달라고 했고 해외 어디에서는 미리

영상과 녹음을 남겨 자신의 장례식을 축제처럼 꾸미기도 했단다.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 하다가 그럴 줄 알았다'는 익살스런 묘비명까지 남기지 않았는가.

치매가 오면 어떤 처치를 해주고 생명연장은 하지 말고 장기기증을 해달라는 7순 엄마의

마지막을 딸은 분명 지켜줄 것 같다.

나의 8순 엄마의 소망은 자는 듯이 세상을 떠나고 간소하게 장례를 치르라는 것이다.

역시 연명치료는 싫다고 하신다. 나 역시 아이들에게 그런 부탁을 해두었다.

 

언젠가 모두 이 세상을 떠난다. 삶이 아름다웠다면 죽음도 그러해야 한다.

마지막 한 톨까지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훌훌 욕심없이 떠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울다가 웃다가 행복했다. 신소린이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해둬야겠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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