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할머니 이야기'에는 손녀의 입장에서 혹은 딸의 입장에서 그리고
할머니 본인의 입장에서 쓴 글들이 이어진다.
나는 피를 나눈 할머니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할머니'란 언어가 참 낯설다.
언젠가 나를 '할머니'라고 부를 존재가 생긴다면 그것 또한 엄청 낯선 일이 될 것이다.
백수린의 '흑설탕 캔디'에 등장하는 할머니는 구시대의 여성이지만 대학까지 진학했던
할머니의 지성과 피아노를 멋지게 연주하는 할머니의 오랜 꿈이 등장한다.
일찍 돌아가신 엄마 대신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그저 엄마의 대역정도로 기억되었던
할머니에게 설레는 로맨스가 숨어있었다니. 그야말로 '내 나이가 어때서'가 절로 나온다.
삼대가 함께 템플스테이를 하는 장면도 고와보이고 어린시절 아버지의 죽음이후 들어간
할머니집에서의 추억을 담은 이야기는 한 편의 스릴러 같기도 하다.
도대체 할머니 곁에서 일해주던 아주머니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었던 것일까.
가장 충격적인 작품은 '아리아드네 정원'이었다.
할머니이름이 지윤이나 민아인 것은 정말 의외였다. 대체로 간난이나 고만이 정도가 딱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이름의 여인이 할머니가 된 세상이니 아마 조금 더 후의 미래를 그린 것 같다.
비혼이 늘고 저출산이 계속되자 이주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대다수의 국민들은 유닛이라는
기관에서 생활한다. 아마 대다수의 인구가 노령시대가 된 것 같다.
이주해온 사람들이 낳은 어린 세대들은 노령인구를 먹여살리는 일에 반기를 든다.
과연 이게 소설에서만 가능한 얘기일까. 멀지 않은 장래의 모습일 것만 같아서 두려워진다.
'할머니'라 불리는 일보다 '짐'으로 살아갈 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