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혼자가 아닌 시간
코너 프란타 지음, 황소연 옮김 / 오브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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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도 사는 인생이라면 6년 정도는 그리 긴 시간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 스물 넷의 남자에게 6년 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런 시간 동안 피가 들끓는다는 사춘기를 지났고 성인이 되었고 무엇보다 스스로

게이임을 커밍아웃했다. 와우 동성애자를 보는 시선이 부드러운 나라에 산다고 해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 6년이란 시간이 지금의 그를 만들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온 이유가 될지도 모른다.

 

   

그 사이 남자는 몇 개국을 여행했고 사랑을 했고 이별을 했고 아팠다.

첫사랑은 원래 짧고 굵은 법이다. 짧았던 만큼 아픔도 적었으면 좋겠지만 오히려 너무

오래 운명에 매달려 평생 따라다니는 좀 성가신 존재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아직은 산전주전 다 겪지 않은 어린 혹은 젊은 나이의 남자치고는 글이 좀 무겁다고 할까.

감성이라는건 살면서 단련도 되고 변하기도 하지만 이 남자의 감성은 좀 남다른 것 같다.

자신의 삶을 아주 깊숙이 들여다볼 줄 아는 것 같아 놀라우면서도 한편 아리다.

아직은 좀 대충대충 인생을 짐작하고 겪어도 좋으련만 마치 늦가을의 낙엽을 보는 듯 쓸쓸해진다.

그래도 지난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글에는 스스로를 다독거리는 따뜻함이 있어 다행스럽다.

 

                   

우울과 슬픔의 중간 어디쯤에서 헤매던 남자가 2년 정도 심리치료를 받고 이제는 조금 벗어난 듯도 하다.

그리고 왜 가장 밑바닥까지 가보고 나서야 다시 올라올 수 있는 것 처럼, 그리고 겪어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말들을 건넨다. 그래서 더 와 닿는다.

그래서 이 남자가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는 쓰러질 때마다 조금씩 배우고 현명해진다.'라는 말은 인생을 반 정도 살아본 사람들만이

건넬 수 있는 말이 아니던가.

 

                           

하긴 나이대로 인생이 성숙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천방지축 여전히 불안하게 보이는

막내 아들 또래의 남자의 삶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니.

그가 찍었을법한 사진들에도 눈길이 오래 머문다. 그저 풍경만 담긴 것 같지 않아서다.

나도 오래전 서서 바라보았던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앞에서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취했다는 말에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그걸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있어 감사하고

그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 받아서 행복하다.

 

오래전 당시에는 청춘이었던 여자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내 인생에 빈 노트에 무엇을 새겨야 할까'

잠시 한 남자의 인생 노트에서 내가 새겨야 할 인생들이 겹쳐졌다.

나이불문하고 어린 스승이라도 배울 건 배우고 감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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