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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냥록 냥즈
히로모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모모 / 2020년 1월
평점 :
지금도 무척이나 좋아하는 장르인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린 시절
'어깨동무'나 '소년중앙'같은 청소년잡지였다.
아마 이 잡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나이가 지긋이 든 세대이겠지만.
거기서 만난 '셜록 홈즈'와 '왓슨'을 후에 단행본으로 만나고 나중에는 영화로도 만났다.
하지만 고양이로 변신한 홈즈와 왓슨이라니 정말 설정이 기발하지 않은가.
고양이의 천국이라는 일본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는 설정이다. 우리나라에도 최근에는
고양이집사가 많아질 정도로 사랑받고 있지만 아무래도 고양이 하면 영물이라는 느낌때문에
꺼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고양이 캐릭터가 넘칠 정도로 친밀감을 주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 소설은 고양이 탐정 냥즈와 그의 동거묘인 냐트슨의 활약이 펼쳐진다.
셜록홈즈가 살았던 베이커가 221번지의 하숙집은 동물 애호가인 하리모토 부인집으로
설정되었고 잠시 누군가의 반려묘였지만 오랫동안 길냥이었던 냐트슨이 왓슨의 역할이다.
냥즈는 홈즈의 모습을 그대로 빼다 박았다. 까칠한 성격이나 여자에게 무관심 한 것도
심지어 고양이에게 독약과도 같은 양파에 중독되다니.
냐트슨은 왓슨처럼 냥즈 곁에서 조수 역할을 톡톡히 한다. 냥즈의 활약을 초승달이 뜨는 밤에
동물들을 모아놓고 들려준다. 말하자면 '고양이 탐정'의 활약상인 셈이다.
차에 치여 죽은 것처럼 보이는 개의 사체가 스스로 움직여 이동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인간의 비열한 참상은 동물계에서도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개를 치고 그 사체를 치울 의무마저
떠넘기려하다니. 결국 냥즈에 의해 비밀이 밝혀지고 인간은 제대로 된 복수를 당한다.
창문도 없는 방안에 들어서면 지진이 일어나고 갑자기 정신을 잃는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ㅎㅎ 냥즈는 그 창문도 없는 방이 '엘리베이터'임을 밝혀낸다. 하긴 높은 건물이 없는 조그만
동네에서 엘레베타는 낯선 기계였을 것이다. 냥즈는 그 기계를 알아볼 만큼 많은 지식을 쌓은
냥이이니 당연히 탐정 고양이가 될 자격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섬에서도 길냥이들이 너무 많다. 발정기가 온 고양이들의 절규는 정말이지 듣기
싫다. 그러니 냥즈가 중성화수술을 한 냐트슨을 조수로 쓸 수밖에 없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조수가 발정기마다 미쳐 날뛰는 꼴은 보기 싫었을 것이다.
암튼 냥즈는 자신을 연모하는 암컷 고양이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좋은 곳으로 입양 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까칠하지만 인정은 있다.
고양이판 셜록홈즈와 왓슨의 활약을 보니 귀엽기도 하고 추억이 생각나기도 해서 즐거웠다.
아마 셜록홈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냥즈의 활약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냥이의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장면도 아주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