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 매일 흔들리지만 그래도
오리여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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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다만 쓰이는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질 뿐이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새 나이를 먹어버렸다. 정말 먹고 싶지 않은게 나이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다람쥐 체바퀴 도는 것 같은 일과를 정신없이 보내는 것.

그렇게 살다 문득 내가 언제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나 하고 잠시 숨을 고른다.

시간은 공평한데 잠시 나에게 그 시간이 멈출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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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이 왜 오리여인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꽥꽥 그 오리를 말하는걸까. 아님 오리 십리 하는

그 거리감을 말하는걸까. 동물세계에서 왕을 뽑기 위해 모두 모였다고 한다.

당연히 사자가 왕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리가 왕이 되었다고 한다.

땅에 발을 딛고 사는 동물중에는 사자가 왕이 될 수도 있지만 날개 달린 새들에게 사자는

왕이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싸우다가 결국 땅도 딛고 하늘도 날 수 있는 오리가 왕이 되었단다.

그런 의미에서 오리라는 필명을 쓴 것이라면 좋겠다. 땅과 하늘 어디에서도 환영받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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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어른이 되면 뭐든 잘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어려서 못했던 일들도 마구 하고

돈도 많이 벌어서 하고 싶은 것 모두 하겠다고. 하지만 어른이 되고 보니 사는 일이 더 힘들어졌다.

의무는 날로 늘어나고 책임져야할 것도 늘기만 한다. 내가 어른이 되겠다고 작정한 것도 아닌데

어느새 그냥 어른이 되었다. 저자의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어른'이란 말에 공감 만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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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물으면 얼른 대답하지 못했다. 되고 싶은 것과 되어야 하는 것의 차이를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흔히 의사니 판사니 하는 것은 꿈이 아니다. 직업이 꿈이 될 수도 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것.

그것이 꿈이 되어야 한다. 오리여인은 시종일관 작가로 사는 것. 할머니가 되어서도 그림을 그리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무난히 그 꿈에 도달하리라고 믿는다.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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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에서 태어나 해방촌 남산밑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가 지금은 어느 곳에 둥지를 꾸몄을까.

다정하신 엄마 아빠 밑에서 잘 자란 것 같다. 나이차이 나는 남동생과도 잘 지내고.

아마 결혼도 한 것 같은데 지금쯤이면 덜 외로우려나. 원초적 외로움은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면 외로움과도 친구가 될 수 있을텐데.

 

그림이 참 따뜻하다. 번잡하지 않으면서도 다정하다. 작가의 마음이 그대로 담긴 것 같다.

필명에 얽힌 무슨 사건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도 인생에서 잠깐 배우는 시간이 되리라

위로의 말은 건넨다. 그렇게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고.

이제 겨우 인생의 3분의 1쯤을 걸어왔을 뿐이니까 긴호흡으로 멀리 보고 가라고.

세상이 자꾸 나를 재촉해도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말이 참 멋지다.

오리여인 포스터북도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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