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다 - 개정증보판
배한철 지음 / 생각정거장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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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은 초상화의 나라였다.'

지금이야 사진이 흔한 시절이라 제법 유명한 사람들의 얼굴을 모를 수가 없다.

하지만 카메라가 없던 시절 시대를 살다간 유명인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지 궁금한 적이

많았다. 고려의 왕건이나 조선의 이성계를 비롯해서 지금 대한민국 화폐를 장악하고 있는

율곡 이이나 이황, 세종이나 신사임당의 진짜 모습은 어떠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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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르네상스를 열었던 영조의 초상화는 젊었을 적 모습과 나이 든 모습이 남아 그

꼬장꼬장함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조선의 바람둥이 왕이었던 숙종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대체로 조선의 왕들이 잘 생겼다고 한다. 한국전쟁만 아니었다면 모든 왕들의 초상화가

남아있었을텐데 화재로 소실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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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초상화는 아무나 그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단다. 하긴 화공이 많지도 않았을테고 종이도 귀한 시절이니 평민들은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양반도 그리고 싶다고 다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지금 전해지는 초상화들은 참으로 귀할 수밖에 없다.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초상화가 총 70여점인데 그중 국보급은 5점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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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압권으로 꼽는 작품은 '윤두서 자화상'이다. 그림이라기 보다는 사진에 가깝다고 느낄 만큼 생생하다. 사실 자화상을 남긴 화공들은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확실히 윤두서의 초상화는 작품성에서 돋보인다. 터럭 하나까지 살아있는 것 같지 않은가.

얼굴 부분만 그려진 것이 특이한데 몸이나 옷도 그려졌다가 어떤 원인으로 지워져 저런 모습만

남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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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는 무과 시험에 합격한 무인들에게 초상화를 그리라고 명했다는데 문인들을 더 우대했던

시절에서는 파격적인 혜택이었던 것 같다. 특히 가운데 인물은 이순신의 7대손인 이달해의 초상화다.

혹시 그의 얼굴에 이순신의 모습이 남아있지는 않은지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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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타깝게도 조선은 사내의 나라였다. 그러니 여성의 모습을 그린 것이 많지 않다.           

사임당 신씨는 문인이기도 했지만 화가이기도 했으니 자화상 한 점 남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명성왕후의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몇 점의 사진 중 진짜 명성왕후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조선의 사내들이 흠모했던 유명여가수 계섬이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되었다.

그녀를 추종했던 많은 사내들 중 하나라도 그녀의 모습을 그릴 생각은 못했던 것 같다.

하긴 그렸다 해도 이 시대까지 전해질 가능성이 없기도 하지만.

 

 

어쩌면 사진보다 더 생생한 얼굴모습에서 그 인물의 성격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수염 한 올, 옷의 문양하나까지 세세히 그려냈던 화공들의 업적도 치하하고 싶다.

이제 그 인물들은 한 시대를 노닐다가 사라졌지만 그림은 남아 그들을 증명하고 있다.

덕분에 잊혀질 뻔한 인물들과 만났던 시간여행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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