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미 에브리싱
캐서린 아이작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시멜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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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달콤하다. 다만 사랑이 끝난후의 그 상실감이 고통스럽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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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셋의 제스는 열 살이 된 아들 윌리엄을 키우는 싱글맘이다. 스물 둘에 임신 사실을 알았다.

윌리암의 아빠인 애덤인 아이를 낳는 날까지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이가 태어난 후 끔찍한 몰골로 나타난 애덤의 옷에는 립스틱 자국이 선명했다. 그랬다. 애덤은 잘 생기고 달콤한 남자였지만 바람둥이였다. 하지만 자기의 아이를 낳는 여자 곁에 있겠다는 생각을 못할만큼 미친 남자였다.  그래서 제스는 애덤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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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어리긴 했었다. 예정에도 없던 임신이기도 했다. 애덤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외롭게 자란 남자였다.

그래서 더 가정이 필요하진 않았을까. 하지만 애덤은 아이를 낙태하길 원했고 제스는 애덤을 버리고 아이를 택했다. 아이가 태어난 날 곁을 지킨 제스의 엄마는 고작 마흔 넷, 할머니가 되기엔 좀 이른 나이였다. 그리고 10년 후 제스의 엄마는 요양원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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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팅턴병이라니. 루게릭과 알츠하이머를 합친 것 같은 끔찍한 병이었다. 고작 서른 여덟에 발병한 엄마는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 유전병이 자손에게 유전될 확률이 50%라는 것이다.            

제스는 검사를 했다. 그리고 양성판정을 받는다. 그 이후 우울증 약을 먹으면서 두려움에 떨며

살고 있는 것이다. 제스의 엄마는 그런 제스에게 프랑스로 떠난 애덤에게 가라고 한다.

애덤은 프랑스의 오랜 성을 사서 호텔로 개조한 후 경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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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언젠가 자신처럼 고통스런 미래를 맞을 딸을 위한 조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윌리엄과 함께 프랑스로 온 제스는 나이도 어린 시몬과 시시덕 거리는 애덤과 맞닥뜨린다.

아빠로서 고작 양육비나 보내고 일 년에 몇 번 만나는 것으로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제스는 분노한다. 하지만 그게 애덤의 생활방식이다. 전혀 달라지지 않는 철부지일 뿐이다.

그런 제스의 곁에 같은 호텔에 묵고 있는 변호사 찰리가 다가온다.

하지만 제스의 마음은 잠시 일렁이긴 했지만 열정은 식어버린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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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작스레 애덤과 함께 사랑을 나누게 되다니. 이런 상황은 상상하지 못했다.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자는 애덤. 하지만 제스는 그 날은 그저 실수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애덤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고 충동일 뿐이라고.

                    

그리고 오래전 윌리엄을 낳던 날 뒤늦게 우스운 몰골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비밀이 밝혀진다.

과연 제스는 엄마처럼 발병하게 될까.

남겨진 윌리엄을 철부지 아빠 애덤이 잘 키울 수 있을까.

                           

이미 부서진 항아리를 다시 고쳐쓸 수는 없다. 그렇다면 깨진 사랑은 다시 타오를 수 있을까.

                           

죽어가는 엄마를 지켜봐야하는 딸의 고통과 남겨질 아이에 대한 걱정이 그대로 전해진다.

유일한 핏줄인 애덤은 바람둥이 역할을 그만두고 성실한 아빠가 될 수 있을까.

하지만 이런 걱정은 비밀이 밝혀지면서 극적인 반전을 맞는다.

                             

세상에는 여전히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지 못할 병들이 넘쳐난다. 지금도 그렇지 않은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하는 아픔과 떠나야 하는 아픔이 교차하면서 오래전 사랑의 감정들이

다시 피어오르는 아름다운 작품이다. 죽어가는 사람을 지켜봐야 하는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궁금해진다. 나 역시 그런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은 주제다.

그럼에도 프랑스 고성에서 펼쳐지는 멋진 풍경들이 아련하게 그려지면서 스쳐간 사랑들이

떠올랐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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