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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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늘 아련하고 아쉽고 아름답다.

어설펐고 그래서 풋내가 풀풀나는 그런 사랑. 살면서 첫사랑에 대한 기억 하나

가지지 못했다면 참 가난한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40년 만에 첫사랑과 연락이 된 미호, 그녀는 우연히 가게된 뉴욕여행에서 마침 뉴욕에

살고 있다는 남자와 약속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40년 만에 해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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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였던 아버지는 대통령을 저격한 사람을 죽이지 말아달라는 청원서에 사인을 했다는

이유로 끌려가 고문을 당하고 파직을 당한 후 병을 앓다 세상을 떴다.

우아함이 생명이었던 엄마는 지긋지긋한 불의의 나라를 떠나라고 미호의 등을 떠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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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신학교에 다니던 남자를 가슴에 품었던 미호는 그가 신학교를 그만두고 입대를

할 것이고 3년 만 기다려달라는 말에 등을 돌려 그를 밀어냈던 기억이 있다.

신의 부름을 받아야 할 사람이 자신때문에 길을 포기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리고 아직은

어리기만 했던 미호에게 운명의 선택을 하라니...두려웠다. 그래서 그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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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호를 가슴에 담기 전에도 남자는 자신을 버리고 남을 위해 죽을 수도 있어야 하는 성직자의

길이 두려웠었다. 담담하게 총칼에 쓰러지는 사람들을 모른 척 할 수가 없었다.

순교의 길을 영광으로 받아들일 만큼 남자의 영혼을 순수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할말 똑바로 하고 주눅들지 않았던 소녀, 미호가 그의 가슴에 자꾸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는 신학교를 그만두고 입대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미호에게 버림받은 남자는 다른 여자와 미국으로 떠났고 그렇게 미호와 남자는 이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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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람이었던 유대인이 이스라엘 국민이 되기 전까지 떠돌던 시간이 40년!

기억이 지워져도 몸은 그걸 기억하고 그 기억이 지워지는데 필요한 시간이 또 40년!

하지만 서로의 기억이 조금씩 달랐을 뿐 둘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린 미호의 등돌림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할 만큼 힘들었던 것일까. 미호는 남자에게 묻는다.

시류의 아픔과 운명의 선택앞에 고민하는 남자를 잡아줄 만큼 미호는 성숙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 어긋남 속에 깃든 서로의 기억을 퍼즐처럼 맞춘다.

피천득의 '인연'처럼 첫사랑은 만나는게 아니었던가.

도피하듯 떠난 이국에서 서둘러 만난 남자와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고.

도피하듯 떠나기 전 서둘러 인연을 만나 아이를 낳고 자유를 억압당하다가 이혼을 한

두 사람은 맨해튼의 거리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다가간다.

 

80년대 조국의 아픈 현실속에 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에 애틋한 사랑이 더해지고

잘못된 선택이 부른 운명은 40년 후 또 다른 선택을 부른다.

 

작가 공지영은 소설에서 빛난다. 그녀의 이야기속에는 늘 신이 등장하고 성직자가 있고

시대의 아픔이 있다. 작가로서 사회에 대한 역할은 이미 그녀의 소설로 충분하다.

말미에 아직 천편의 소설이 있다는 말처럼 세상에 대한 항명은 소설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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