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사람이었던 유대인이 이스라엘 국민이 되기 전까지 떠돌던 시간이 40년!
기억이 지워져도 몸은 그걸 기억하고 그 기억이 지워지는데 필요한 시간이 또 40년!
하지만 서로의 기억이 조금씩 달랐을 뿐 둘의 기억은 지워지지 않았다.
어린 미호의 등돌림이 이 나라를 떠나야 할 만큼 힘들었던 것일까. 미호는 남자에게 묻는다.
시류의 아픔과 운명의 선택앞에 고민하는 남자를 잡아줄 만큼 미호는 성숙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은 그 어긋남 속에 깃든 서로의 기억을 퍼즐처럼 맞춘다.
피천득의 '인연'처럼 첫사랑은 만나는게 아니었던가.
도피하듯 떠난 이국에서 서둘러 만난 남자와 아이를 낳고 이혼을 하고.
도피하듯 떠나기 전 서둘러 인연을 만나 아이를 낳고 자유를 억압당하다가 이혼을 한
두 사람은 맨해튼의 거리에서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다가간다.
80년대 조국의 아픈 현실속에 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에 애틋한 사랑이 더해지고
잘못된 선택이 부른 운명은 40년 후 또 다른 선택을 부른다.
작가 공지영은 소설에서 빛난다. 그녀의 이야기속에는 늘 신이 등장하고 성직자가 있고
시대의 아픔이 있다. 작가로서 사회에 대한 역할은 이미 그녀의 소설로 충분하다.
말미에 아직 천편의 소설이 있다는 말처럼 세상에 대한 항명은 소설로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