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300×200 - 암을 견뎌낸 우주의 치료법
소우주 지음 / 메이킹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읽기 위해선 우선 신발끈을 질끈 묶고 쉬지 않고 마라톤을 뛰는 심정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투병기를 읽으면서 이렇게 조마조마하게 저자의 마음으로

마치 내가 투병하는 것 같은 감정의 이입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저자에 대한 정보는 안타깝게도 우리나이로 이제 63세 라는 것 밖에는 없다.

법학을 전공했다고 했는데 어느 분야에서 일을 했는지에 대한 정보도 없다.

책을 읽어갈 수록 그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이 방대한 지식의 양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단순한 투병기가 아닌 우주의 역사와 인간에 대한 역사를 그린 서사책이라고 해도 좋을만하다.

 

 

스스로를 자의식이 강한 사람이고 인간의 탄생에 대한 비밀이나 우주에 대한 호기심이

무척이나 많은 사람이다. 그냥 호기심 정도가 아니라 그가 주장하는 많은 이야기들이 공감을

불러올만큼 대부분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인간 하나하나의 개체가 우주라고 말한다.

내 몸은 우주에서 왔고 언젠가 다시 우주로 돌아갈 것이니 그 말은 맞다.

과학적인 근거보다 철학적 근거에서 보더라도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없으니 내가 곧 우주라는

공식은 일리가 있는 말이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고 매일 아침 하루도 거르지 않을 만큼 운동도 열심히 했던 저자는

어느 날 암진단을 받는다. 대략 모든 암환자들이 저자처럼 그렇게 선고를 받는다.

문제는 저자가 끌어안고 있었던 암이 20분의 1의 확률로 걸릴법한 육종암이었다는 것이

미래를 어둡게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왜 숫자의 나열인지를 확인하게 되면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독자들은 경악하게 된다.

그의 배속에서 꺼낸 암 덩어리의 크기가 바로 제목과 같았던 것이다.

 

 

177cm의 키에 한 때는 80kg의 몸무게를 가졌을만큼 훤칠한 그의 몸 어디에 그런 암이

자랄 수 있었을까. 아무리 운동을 해도 튀어나온 배가 가라앉지 않을 때 부터 이상함을 눈치

챘어야했다. 사실 암진단 훨씬 전에도 몇 번의 검진이 있었지만 의료진들은 발견해내지 못했다.

몇 번의 오류를 거쳐 암을 진단받고 수술에 이르는 과정은 정말 글을 보면서도 고통스러웠다.

아니 수술후에 계속되는 통증과 하루에도 몇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던 배변활동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렵고 고통스럽다는 방사전치료과정도 지켜보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그 모든 투병기를 남기고 의학지식을 섭렵하고 스스로 치유하는 힘을

길러 암과 싸웠다. 수없이 응급실을 드나들고 입원을 하고 몇 번의 수술을 거듭하는 과정들은

마치 내가 겪는 것처럼 두렵고 힘들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고 우리 몸의

치유의 힘을 믿었다. 오히려 의료진들이 그의 지식을 따라가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그려졌다. 저자는 동물성단백질이 암세포의 먹이가 되므로 암환자는 동물성단백질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를 치료했던 의료진들은 끊임없이 치료과정을 이기려면 붉은 고기를

많이 먹으라고 권유한다. 과연 의료진의 조언을 따랐다면 지금의 그가 있긴 했을까.

나와 내 가족도 몇 번의 병원생활을 하면서 의료진들의 무심함이나 불친절함에 질린 적이 많았다.

그저 직업이니까 환자 개개인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기계적인 대응도 싫었고 간혹 오류가 발생되어도

인정하지 않는 고압적인 태도들에도 화가 났었다.

입원실의 천태만상에도 기가 질렸었다. 그런 수많은 고비를 넘어 암완치 판정의 10년을 향해

여전히 잘 달리고 있는 저자의 용기와 뚝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의 믿음처럼 우리의 몸은 우주 그 자체이고 우주는 스스로 진화했듯 스스로 치유하는 법도

알고 있다. 그 힘을 끌어올려 극복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임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다.

그의 몸에 깃든 암세포는 주인을 잘못 만나 무릎을 꿇었다. 누구든 승리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