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우리의 생각이 미래를 만든다 - 유럽에서 찾은 공정하고 행복한 나라의 조건
안철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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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컴퓨터프로그래머, 벤처기업 CEO, 대학교수를 할 때 까지 난 안철수의 팬이었다.

편하게(?)의사직을 할 수도 있었고 교수로 남을 수도 있었는데 머리 꽤나 써야하는 프로그래머로

백신을 개발하고 무료로 널리 쓰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 양반도 오지랖이 넓은 모양이구나 했다.

돈을 벌려고 마음 먹었다면 평생 쓰고 남을 돈을 모을 수도 있었을 사람인데 참 박애정신이 강한

인재라고 생각했고 존경했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정치를 한다고 해서 놀랐다.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아오면서 전쟁은 겪지 못했지만 가난과 역동의 시간을 함께 걸어온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일이 바로 '정치'이고 '정치가'다.

분명 대학에 '정치학과'가 있긴 하다.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고 조직을 관리하는 리더십이 정치라고

한다면 그래도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는데 정치인들이 아주 한 일이 없다고 말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작금에 이르기까지 가장 낙후되고 한심한 집단이 정치라고 단언한다.

분명 그 안에 발을 들여놓기 전엔 멀쩡했던 사람들이 그 안에만 들어가면 멍청이가 되는 희한한

세상이다.

 

 

 

그래서 난 안철수가 정치를 한다고 했을 때 신선하다기 보다 걱정스러웠고 결국 내 걱정은 사실처럼

증명되기도 했다. 안철수가 정치판으로 나간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걱정을 많이 하거나

기대를 많이 했을 것이다. 정치란 것이 돈을 벌기 위해 나가는 자리도 아니고 권력만 보고 뛰어들 수

있는 판이 아니다. 머리가 좋다고 해서 성공하는 직업도 아니다.

아마 그가 정치를 결심한데는 미래를 바꿔보고 싶다거나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결국 정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제도를 주무를 수 있는 자리에서 더 합리적인 제도들을 도입하고 끌고 가려는 그의 도전정신이

결국 정치판까지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도전은 조금 허무하게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신선한 바람을 몰고 새로운 당을 창당하여 지지세력을 많이 끌어 모으기도 했지만 결국 제자리로

다시 돌아왔다. 그도 돌아왔다. 그리고 망해가는 대한민국에게 심폐소생술을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정치에서 물러나 독일로 유학을 갔다고 해서 뒤늦은 학구열에 불이 붙었나 했다.

흔히 유럽은 늙은 나라들이 모인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그가 유학중 돌아본 유럽에 많은

나라들은 여전히 새로운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걸 간과하고 싸움질에만 몰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소련 붕괴후 독립한 에스토니아의 발전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공산국가에 익숙하던 경제며 문화를

개혁하는 과정은 분명 본받을만 했다. 이제 IT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에스토니아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우리는 앞으로 어떤 자원으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가.

 

 

 

 

한국전쟁이후 자원도 변변치 않았던 우리나라가 지금의 풍요를 누리게 된 것은 정말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만큼 우리민족은 대단한 능력이 있음에 분명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 능력을

이어갈 것인지 안철수는 바로 그점에 우려를 한다. 이미 우리의 뒤를 따라오던 수많은 나라들이

우리를 넘어서고 있는데 우리는 정쟁에만 미쳐 날뛰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뿐이다.

 

 

 

정말 누군가는 정신을 차려서 주변을 정리하고 새롭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정작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요지부동을 떠나 퇴화하고 있고 고급 교육을 받은 인력들은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다른 나라로 떠나고 있다. 과거 50년의 번영은 이제 10년의 유효기간도

남아있지 않은 느낌이다. 누구든 제발 이런 현실을 깨우치고 다시 배우고 나아가야 하는데 안철수는

이런 절박함으로 유럽을 돌아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가 다시 정치판에 들어오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그가 리더쉽을 가진 인재는 분명하지만 정치판과는 어울리지 않는데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거의 쓸 수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의 넓은 시각은 다른 쪽에 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이 낸 세금을 엉뚱하게 해외여행에 쏟아붓는 공무원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그들이 돌아보는 일정들은 파리 에펠탑이나 로마의 스페인광장이 아니고 안철수가 돌아봤던

바로 이 책의 현장같은 곳이어야 한다. 핀란드의 노키아가 왜 몰락의 길을 걸었는지 프랑스는

어떻게 다시 출산률을 높이고 있는지 앞으로 닥칠 건강보험의 재정문제를 스페인은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가장 낙후되어가고 있는 농업을 유럽에서는 어떻게 부흥시키고 있는지

그런 현장들을 제발 돌아보고 정책을 세우고 노력해야한다. 도대체 공무원이 그저 호락호락

만만한 직장쯤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나 일좀 하라고 뽑아놓으니 예산타령에 해외여행에

접대에 기존 정치인들의 행태를 답습하는 의원들은 각성해야 한다.

거리에 청소부도 공장의 노무자도 거대한 기계의 나사처럼 꼭 필요한 사람들이고 절대

가벼운 인생이 아니다. 나름 자기 달란트를 가지고 계급없이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정의로운

세상이라고 믿는다. 안철수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정치말고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이 책에 등장한 그의 걸음걸음이 안철수의 새로운 도전의 첫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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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kytulip 2020-08-27 0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서평 잘 읽었습니다^^ 조심스럽고 실례가 안된다면, 제 의견은 일부 공무원들이나 정치인들이 저렇게 못 하고 있으니, 답답해하고 있는 국민들 도와주려고 안철수님이 정치하기로 마음? 먹은 게 저는 참 다행이고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