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어른
BOTA 지음 / 가나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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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시절, 서른이 된 나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친구들에게 '난 서른이 되기 전에 죽겠다'고

허세를 부렸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암튼 난 그 서른의 고개를 잘 넘고

그 두배의 나이에 서있다. 이만큼 살아보니 어느 나이에 서있든 쉬운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산다는 것'은 참 어렵다. 그래도 마흔보다 스물 보다 서른이란 나이가 좀 더 기회도

많고 뭔가를 다시 시작해보기에 늦지 않은 나이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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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정작 서른이란 숫자에 서있는 많은 젊은이들은 많이 불안해보인다.

예전이라면 분명 '어른'일 나이인데 막상 그 나이에 도달해보니 '참어른'이라고 하기엔

어설픈 것들이 너무 많아서 스스로 '헛어른'이라고 고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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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어렵게 들어간 직장에서도 여전히 막내취급을 받거나 꼰대같은 직장 상사에게

야근을 강요당해도 거절하지 못하는 소심이.

대학때 억지로 술먹였던 선배와 군대에서 자기 근무 떠넘기던 선임을 합쳐놓은 넘이

지금의 직장상사라는 말에 폭소가 터지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이런 사람들 여전하구나

싶다. 그런게 사회생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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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무렵이면 말의 무거움을 느끼게 된다. 예전에 무심코 자신이 했던 말들이 누군가에게

비수처럼 꽂혔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자신도 그런 비수같은 말들이 가슴에

꽂히면서 문득 깨닫게 되는 것이 함정이다. 그래도 남은 시간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것

같으니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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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품에 있을 때에는 오로지 좋은 대학 나와서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갖는 것이 꿈이었는데

막상 서른에 이르고 보니 평범하게 생각했던 미래가 닿을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다는 고백은

가슴이 저리다. 실제 내 집값이 자꾸 오르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면서 좋은 마음보다는 젊은 아이들은 이 어마어마한 돈을 어떻게 마련해서 자기집을 가질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그래서 편하게 연애도 못하고 가정을 꾸린다는 것은 겁이 난단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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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치고 사표 한 번 안써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마음속으로 던졌던 그 수많은 사표를 회사

책상서랍에 넣어두고 멋지게 나가겠노라고 위안하는 사람들.

막상 나가고 나면 그 뒷일은? 그래서 못 던지는 것이다.

이 웹툰을 보면서 좌충우돌하는 장면들이 유쾌한 적도 있지만 서른의 나이가 가볍지 않아서

꿈을 가질 수 없어서 마음 아팠다.

내 아이도 고단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마음 속으로 사표를 던지고 있는데

까짓거 던지고 나오라는 말을 못한다. 그런 상황에 무슨 꿈을 그릴 수 있을까.

연애도, 결혼도, 모두 먼 나라의 이야기고 말 할 때 가슴이 저리다.

실제 자신들이 겪는 이야기를 웹툰으로 엮은 젊은이들의 돌파구가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이마저도 안했더라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견딜까.

그래도 지금 이 시간들이 언젠가는 그리운 시절이 온다는 말이 위안이 될까.

'헛어른'이라고 말하는 서른들에게 그래도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으면 좋겠다.

힘내 서른들아!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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