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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경찰입문30년, 아는형님스토리
이상현 지음 / 부크크(bookk)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어느 한 분야에서 30년을 헌신했다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분명하다.
지금이야 고시촌에서 머리에 끈을 질끈 묶고 공부를 해도 붙기 힘든 직종이 경찰이지만
과거에는 기피직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몇 년전, 아들녀석이 요즘은 가기 힘들다는 의경에 지원했을 때 오래전 시위현장에서
방패를 들고 최루탄을 견디던 전경들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탄핵정국과 맞물려 시위현장에서 고생 꽤나 하다가 제대한 것이 작년이었다.
취직하기도 어렵다는 시절이니 의경출신은 경찰채용 때 가산점이 조금 있다는 얘기를
들은터라
경찰이 되어보면 어떨까 물었었다. 하지만 일언지하에 거절이다. 하긴 나도 뭔가 고단해보이면서
위험하게 느껴지는 경찰직은 썩 내키지 않았다.
내 우려는 이 책을 보면서 확인을 한 셈이다. 경찰공무원은 희생과 봉사정신이 없이 단순한
직업으로만 생각한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직이라는 것을.
얼마 전엔가 TV프로그램에서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해보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방영했었다.
아주 리얼하게 촬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선 현장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정말 힘들게
보였다. 무전취식에 주취자들의 난동에 폭행과 고성방가...정말 끝도 없는 출동의 연속.
그들도 가정에서는 귀한 자식이고 남편이고 아빠일터였다.
인간적으로 분노에 사로잡히는 일들이 또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 어려운 점들이 아주 리얼하게 그려져 지나가다 파출소에 들러 피로회복제라도 권하고
싶은 마음이 된다.
근무중 사고도 자주 당하고 심지어 폭행자로 몰려 고소를 당하는 일도 있다. 얼마 전
주취폭력자를 단속하는 과정에서 폭행경찰로 몰려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여경사건이
떠오른다. 결국 오해가 밝혀졌지만 당사자는 사회의 경종을 울리기 위해 재판을 청구했단다.
이런 현장에 내 아들이 혹은 딸들이 출동해야 한다면 어떤 부모가 걱정스럽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하는 사명이니 그 어려움을 대신하는 경찰에게 무한 감사의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현장에서 직접 느낀 팁들도 가득하다. 건물 구조상 도둑이 잘 드는 집이 있고 또 어떻게
방비해야 도둑을 예방하는지, 보이스피싱에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등 생생한 팁은 일반 시민이나
현지경찰, 혹은 신임순경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의 오랜 경험을 담담히 써내려간 글에서 그의 남다른 '촉'과 섬세함이 느껴진다.
가끔 억울하게 몰려 합의금을 내줘야하는 일도 생기고 심지어 다치거나 생명에 위협을 느끼기고
할 것이다. 언젠가 사제권총을 만들어 도주하던 사람을 쫓던 경찰이 그 총에 맞아 사망한 사고도
떠오른다. 물론 이춘재사건처럼 과도한 실적추구로 무고한 사람을 범인으로 모는 경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찰들은 이렇게 위험한 현장을 뛰어다니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안다.
과거에 비해 경찰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지만 현장에서 범인의 인권을 더 우선해 총의 사용이
제한되는 것은 시정되었으면 한다. 총으로 쏘아 잡는 것보다 던져서 잡으라는 우스개 소리는
현장의 경찰들이 자조섞인 한숨이 아니겠는가.
기존작가들처럼 세련된 문장은 아니지만 30년 내공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현직의 경찰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퇴직하는 순간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소명을 다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