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행방 ㅣ 새소설 3
안보윤 지음 / 자음과모음 / 2019년 11월
평점 :
마흔을 훌쩍 넘긴 주혁은 내림도 받지 않고 신당을 차린 누나가 백일 기도를 떠난다고
하자 누나집으로 들어간다. 겨울동안 만이라도 신세를 지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누나와 함께 산으로 들어갔다가 술을 마시고 기억이 끊기는데 산에서 가지고 온 것같은
나뭇가지 한 조각이 말을 한다.
주혁은 순간 자신이 귀신에 씐 것이 아닐까 했지만 '반'이라고 이름 붙인 녀석은
자신이 귀신이 아니고 수호신이란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191213_162630.jpg)
반은 희안하게 죽음을 본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죽음과 다가올 죽음들을.
녀석은 정말 사신이 아닐까.
우연히 점집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해 반을 통해 아는 소리를 하게 된 주혁.
알게 모르게 신통하다는 소문까지 나게 된다.
사실 주혁은 교사였다. 딸인 수아가 여름캠프에 갔다가 화재로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좋은 아빠에 남편이었다. 하지만 수아의 죽음 이후 주혁도 아내 영주도 망가지기 시작했다.
누군들 그런 일을 당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우연이랄까. 선녀점을 보러오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이 있다.
그 아픔은 전혀 자연스러운 것들이 아니었다. 그래서는 안되었던 죽음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191213_174333.jpg)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죽음들은 만들어진 죽음이었다. 인간의 탐욕이, 이기심이 만들어낸 죽음.
뇌물로 철근과 모래가 덜 섞인 건물들은 부실공사로 무너지고 그렇게 죽음은 만들어졌다.
![](http://image.yes24.com/blogimage/blog/h/y/hyunho0305/IMG_20191213_172642_1.jpg)
수아의 죽음도 그러했다. 제대로 허가를 받지도 않고 지어진 조립식 건물들. 화재로 뼈조차
건지지 못한 참옥한 아이들의 죽음에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더러운지를 보게된다.
아이의 죽음이후 아내도 떠나고 주혁은 거리를 헤맨다. 그리고 나뭇가지 '반'을 만나
어이없는 죽음과 아픔들과 마주선다.
저자는 참혹한 화재로 아이들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이 소설을 떠올렸다고 했다.
결국 세월호 참사도 인간의 욕망이 부른 죽음이었다고.
아마 '만들어진 죽음'에 대해 실랄하게 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부들부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써내려갔을 이 소설로 잠시 가라앉았던 아픔들이
다시 끓어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스러져간 수많은 주검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전하고
싶었다. 언제가 그 주검앞에 마주서게 될 더러운 인간들은 그 사실을 아직 기억하고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