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할머니 - 사라지는 골목에서의 마지막 추억
전형준 지음 / 북폴리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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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보면 우선 무섭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웃나라에서 고양이는 귀물로 대접을

받는다는데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무서운 령을 가진 동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최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조금 다른 대접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만큼 길냥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내가 사는 섬에도 길냥이들이 너무도 많다. 도시같으면 잡아서 중성화수술이라도 해줄텐데

어찌나 번식력이 좋은지 조그만 새끼 고양이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또 새끼를 낳아 그야말로

줄줄이 사탕처럼 몰려다닌다. 귀한 생명이건만 저렇게 길에서 자라도 되는걸까.

 

 

저자는 재개발을 앞둔 오래된 동네에서 마주친 고양이와 집사들과의 인연을 담고 있다.

이제는 자신의 삶처럼 꺼져가는 동네에서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하는 고양이들.

87세의 찐이 할머니와 고양이와의 인연을 보면 가슴이 짠해진다.

자식도 없이 홀로 남겨진 할머니에게 유일한 온기를 주는 찐이는 자식 그 이상이다.

병원에 입원해서도 찐이 걱정에 매일 전화를 하고 혹시나 자신이 죽으면 찐이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자신이 먹을거리보다 찐이가 먹을 명태를 사서 다듬고 가시를 발라 먹이는 그 애정은

흉내 낼 수도 없다. 아마 몇 년전이라면 사람이나 먹지 무슨 고양이에게 명태까지 사서 주냐고

타박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도 길에서 떠돌던 강아지 토리가 오면서 어떻게 하면

맛있고 영양좋은 음식을 먹일까 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러면서 그동안 내가 하찮게 생각했던 동물들의 눈을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더구나 주인없이 떠도는 길냥이들을 돌보는 집사들을 보면 존경의 마음마저

든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시켜서 되는 일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각오도 필요한 일인데.

 

 

자신의 삶이 꺼져가는 걸 알게 되면서 찐이 할머니는 남겨질 찐이 걱정이다.

결국 이렇게 찐이를 사랑하던 할머니는 찐이를 두고 먼 하늘도 떠나셨다고 한다.

저자는 고양이와 할머니의 8년 동안의 이야기를 SNS에 올렸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도움으로 찐이는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고양이는 개에 비해 의리가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동물들도 사람들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체득한다. 사랑을 주면 결코 사람처럼 배신을 하지 않아서 더 위로가 된다.

 

 

저자가 왜 고양이 사진에 이렇게 열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전생에 혹시 냥이가 아니었을까.

녀석들의 먹을거리 요구가 귀엽다.

"털어서 나오면 사료 한 톨에 솜방망이 한 대."

기대없이 펼쳤다가 귀여운 녀석들의 생생한 표정에 압도되고 할머니와 고양이의 인연이야기에

잠시 코끝이 찡해지다 그만 불위에 올려둔 생선이 다 타버렸다.

잘 구워서 돌담위에 놓아두면 냥이들이 맛있게 먹었을텐데 아까워서 어쩌나.

찐이 할머니 찐이 걱정마시고 하늘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찐이도 언젠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 할머니 보러 갈거에요. 그 때 듬뿍 사랑 나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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