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평점 :
품절


긴 여정을 마치고 책을 덮은 지금 난 눈가에 남은 눈물을 훔치고 말았다.

아니 연애 소설로 눈물 흘린 적은 10대가 마지막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격랑의 여정이 마무리되어가는 마지막 10페이지를 남기고 나는 주루룩

흐르는 눈물을 느끼고 잠시 당황스러웠다. 그만큼 마지막 장면은 감동스러웠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다고 믿는가? 난 있다는데 한 표! 특히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스물 두 살의 로리는 저널리스트가 꿈이지만 아직 자신을 불러주는 곳이 없어 임시로

호텔에서 일을 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사람들로 가득찬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버스 정류장 벤치에 앉아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믿을 수 없지만 바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로리는 버스에서 내리지 못했고

눈이 마주쳤던 남자도 버스에 오르려고 했지만 버스는 출발하고 만다.

그렇게 로리와 '버스보이'의 첫만남은 끝이 났고 이후 로리는 그 남자를 찾아 헤매지만

어디에서도 만날 수가 없었다. 룸메이트이면서 절친인 세라가 자신의 남자친구라고

데리고 온 잭을 만나기전까지는.

 

 

로리의 다이어리는 해마다 새해의 각오를 적는 것으로 시작된다. 2008년 이후 로리의

소망은 버스보이를 만나는 것이었고 결국 소망은 이루어진다. 다만 세리의 남자친구가

되어 나타났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세라는 목숨처럼 소중한 절친인데 어떻게 그녀에게

잭이 자신이 찾던 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결국 로리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사랑에 빠진 세라와 잭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리포터로 시작해 점차 뉴스진행자로 자리를 잡아가는 세라는 기가막힌 미인인데다 능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로리는 키도 적고 이제 겨우 원하던 직장에 자리를 잡아가는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세라를 위해 비밀을 간직한 채 잭을 그저 친구로만 대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잭도

이미 로리가 버스정류장에서 마주친 여자임을 알고 있다. 세라와 로리사이에서 고민하던 잭은

두 여자가 서로 상처받지 않을 선택을 한다. 세라를 연인으로 로리를 친구로.

하지만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결국 어느 날 잭과 로리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키스를 하고 만다. 물론 두 사람은 세라에게 깊은 죄책감을 느낀다.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 떠났던 태국여행에서 만난 남자 오스카가 로리의 허전한 마음에 들어온다.

부잣집 아들에다 은행가인 오스카는 멋지고 다정한 남자다. 세라의 남자 잭은 이미 로리에게

올 수없다. 로리와 오스카는 연애를 시작하고 결국 결혼에 이른다.

그 무렵 세라와 잭은 점차 멀어지게 되고 로리의 결혼식 전전날 로리는 세라에게 잭이 바로 그

'버스보이'였음을 고백한다. 충격을 받은 세라는 로리의 결혼식에 불참한다.

그렇게 로리의 곁은 떠난 세라. 잭 역시 런던을 떠나 에든버러에 정착하게 되고 로리는 오스카에게 전념하지만 벨기에로 발령을 받은 오스카는 늘 로리의 곁에 머물 수 없다.

자신의 아들을 빼앗아갔다고 여긴 시어머니의 질투와 일에 빠져 로리의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오스카. 세라역시 새로운 애인의 고향인 호주로 떠나면서 깊은 상실감을 느끼는 로리.

원하는 임신마저 되지 않자 결국 로리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서로가 간절히 원하지만 운명은 두 사람을 자꾸 어긋나게 한다.

사랑이란 것이 그렇다. 언젠가 콩깍지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는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열정이

가득하지만 언젠가 끝이 보이면 이 세상 모든 불행이 나를 위해 있는 것만 같다.

지나놓고 보면 그것도 삶의 한 모습이라는 걸 알게되지만.

사랑해서는 안될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자꾸 돌아서지만 결국 다시 만나게 되는 기이한 사랑.

10년 이라는 긴 시간을 지나는 동안 두 사람은 엉뚱한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원점으로 향한다.

에든버러에서의 마지막 씬은 영화의 한장면처럼 감동스러웠다.

마치 아껴두었던 케잌의 마지막 조각처럼 달콤했고 눈물이 나올만큼 행복했다.

어느새 한 해도 한 달도 남지 않은 12월의 어느 날!

잊고 있었던 사랑의 간질거림이 그립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다.

그리고 나처럼 마지막 10페이지를 남기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자. 눈물 흘리는 나를 보고 걱정스럽게 다가와 안기려던 우리 반려견

토리처럼 누군가 당신을 안아줄지도 모른다. 창밖은 싸늘한 바람소리가 그득하지만 지금

내 마음엔 오래전 나를 스쳤던 '사랑'들이 떠오른다. '조지 실버'라는 작가 이름을 다시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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